한순간에 날개 가진 수놈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여왕개미와 짝짓기를 한다. 저정낭(정자를 모아두는 주머니)에 정자를 어지간히 채운 여왕개미는 갈지자 모양으로 살포시 땅바닥에 떨어진다. 닫자마자 그녀는 이제 더는 쓸모없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날개를 돌멩이나 나뭇가지에 비비고 문질러 사정없이 잘라버린다. 생명의 끈질김과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장렬한 버림이다!
이제 밭 가를 온 사방 어슬렁거리며 새집 자리를 살핀다. 명당장소를 찾으면 곧장 땅을 파고 들어가 먼저 십여 개의 알을 낳는다. 홀로 그놈들을 정성껏 키워 새 가정을 일궈내니 말해서 자수성가(自手成家, 물려받은 재산이 없이 혼자의 힘으로 집안을 일으키고 재산을 모음)요 빈손으로 시작하는 단출한 새살림이다. 몇 안 되는 새끼일개미들이 먹이를 모아오고, 안으로는 집을 짓고, 넓히느라 들락날락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들이 긴 굴을 내느라 흙 알갱이를 물어다 버리는데 버린 흙이 모여 납작한 접시 꼴을 한 것이 개미탑(개밋둑, anthill)이다. 웬만큼 자리 잡은 여왕개미는 서둘러 많은 알은 낳아 식구를 잔뜩 늘려나간다.
하지만 결혼비행을 끝마친 여왕이 이렇게 성공할 확률은 고작 0.001%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맞다, 빈터나 밭둑에 여태 없었던 어설프다 싶은 개미집들이 새로 생기니 바로 신접살림을 꾸린 것들이다. 그래서 개미애호가들은 이런 따뜻한 봄날에 여기저기 서성거리는 몸집 큰 여왕개미를 잡아 키운다.
개미 생식법은 벌의 생식과 똑같다. 여왕개미는 정자를 받아 저정낭에 넣어뒀다가 평생 내다 쓰고, 여왕개미 한 마리가 한평생에 1억 5,000만 개의 알을 낳을 수가 있다 한다. 저정낭을 열고 산란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수정란) 여왕개미와 일개미가 되고, 주머니 주둥이를 닫고 낳으면 미수정란으로 수개미가 된다. 아무튼 한 굴에 사는 개미가 100만 마리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