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과 경남 산청 등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 83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4만8,000㏊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 경계를 넘었고 의성산불은 27일 안동 시내 2㎞ 부근까지 번지기도 했다. 초대형 국가재난이다. 임산객 실화로 시작된 의성산불이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데는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이 크다. 의성 산불확산 속도는 시간당 8.2㎞로 역대 최고 속도라고 한다. 2019년 강원 속초 고성지역 산불 확산속도가 시간당 5.2㎞로 이제껏 가장 빨랐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건조 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이런 강풍까지 부니 속수무책이다. 국내 산불은 이미 “연중화” “대형화” 현상을 보이고있다. 1980년대 연평균 238건 발생하던 산불은 2020년대(2020~2023) 들어 연평균 580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산불 피해면적도 연평균 580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산불피해 면적도 연평균 112㏊에서 8369㏊로 급증했다. 최근 10년간 봄, 가을철 산불 조심 기간 외에 발생한 산불 발생 비율도 28%에 달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이 변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진화 대원들이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대형 화재에 맞설 장비와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초기 대응실패는 이 때문이다. 산불은 물을 대량으로 담을 수 있는 대형 헬기를 이용해 초기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국내 산불 진화를 헬기는 중소형 기종이 대부분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중 담수 용량이 8톤인 대형 헬기는 7대뿐이다.
인력문제도 심각하다. 경북 의성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는데 조종사 나이가 73세였다. 지금 60대 이상인 산불 진화 대원들이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헬기를 확충하고 소방인력 보강과 훈련이 필요하다. 산간지역 고령자들을 위한 대피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농촌 불법 소각, 등산객 실화도 산불은 더 잦아지고 커질 것이 분명하다.
산불대응 시스템도 다시 짜야 한다. 차두송 강원대 산림 과학부 명예교수는 2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형산불 대응역량으로 “임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임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방어선 역할을 할 수 있고 산림 접근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대원들이 산불 진화 작업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며 “특히 헬기투입이 불가능한 야간에도 산불 진화 차량을 올려보내 24시간 불을 끄는 체제 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원도는 동해안 산불이 이어져 왔는데 소나무가 불에 잘 타기 때문에 수종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며 기후변화 속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벌목을 할 필요가 있고, 특히 산불취약지역에 임도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대응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백민호 강원도 소방방제학부 교수는 “임도를 개설하게 되면 산림 훼손, 토석류 발생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지금 같은 대형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인프라 확충은 꼭 필요하다. 좋은 장비가 있어도 결국 산을 올라가지 못한다면 소용없지 않냐”며 무조건 헬기, 차량등 좋은 장비를 구입하는 것 보다 물을 담을 수 있는 환경, 장비와 인력이 기동성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인프라등 근원적인 것이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