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도서관은 책을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속초에 강원도 최초의 영어도서관이 들어선다. 내년 3월 개관을 목표로 첫 삽을 떴다는 소식이 반갑다. 청초호 유원지 인근에 자리할 이 도서관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문이어야 한다. 46억원의 예산과 658㎡의 공간에 담길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계로 향한 꿈과 상상의 씨앗이다. 유아 자료실부터 스토리존, 멀티미디어존까지 다양한 공간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벽마다 책이 꽂히고, 책장마다 따뜻한 숨결이 머물기를. ▼전설 속의 ‘등용문’은 단순한 신화가 아니다. 급류를 거슬러 폭포를 넘어 오른 잉어가 용이 된다는 이야기에는 간절함과 노력의 가치가 담겨 있다. 속초 영어도서관도 그런 의미를 품어야 하지 않을까. 영어라는 거친 물살 앞에서 주저하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다리가 돼야 한다. 서가에 책이 빼곡해도 손이 닿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책장마다 손때 묻은 흔적이 남고 책상마다 고개 숙인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려야 한다. ▼속초시가 강조하는 ‘콤팩트시티’. 멋지다, 그러나 실체는 언제나 사람의 생각에 달려 있다. 아무리 콤팩트해도 알맹이가 비어 있으면 허울뿐이다. 영어도서관이 그저 존재한다는 이유로 자족하는 공간이 돼선 곤란하다. 千里之行 始於足下(천리지행 시어족하).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는 말처럼, 속초 영어도서관은 작은 공간이더라도 문턱을 넘는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곳이 돼야 한다. 한 아이가 호기심을 안고 찾아와 책을 펼치고 한 페이지를 읽고 돌아가는 길에 마음속에 무언가 하나 남는 곳. 그런 공간이라면 비로소 영어도서관의 존재 이유가 생긴다. ▼결국 핵심은 사람이다. 멋진 건물도, 가득 찬 서가도 사람의 손과 마음으로 비로소 숨을 쉰다. 속초 영어도서관이 책과 사람을 잇는 지혜의 샘이 되었으면 한다. 영어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알찬 속과 깊이를 채워 속초라는 작은 도시가 글로벌 무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