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발(發)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르게 북동부 방향으로 확산하면서 강원지역까지 ‘화마(火魔)’가 덮칠 가능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11시25분께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발화된 산불은 26일까지 상승기류를 타고 북동진하며 안동→청송→영양→봉화→영덕으로 번진 후 포항과 울진으로 북상하고 있다. 특히 산불은 강풍의 영향에 따라 열기둥이 솟구치며 ‘도깨비불’로 불리는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키면서 급속도로 인접지역을 집어삼키고 있다. 이날 강원도와 경북 일대에 최대 시속 70㎞의 강한 남서풍이 불면서 산불은 동해안을 따라 강원지역으로 북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산불 영향권인 경북 봉화나 울진에서 강원도 경계지역인 영월군 상동읍 또는 삼척시 가곡면 등의 직선거리는 20여㎞에 불과하다.
이번 대형 산불로 사망자는 20명(26일 오후 6시 기준)에 달하고 피해면적은 1만7,534㏊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까지 산불이 번질 경우 진화는 더 어려워지고 인명·산림피해는 더 확대될 수 있다. 강원지역은 산림면적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임도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의 산불 확산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동부지방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2∼25일 동해안 6개 시·군에서 산불로 추정되는 8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다행히 모두 오인신고로 확인됐다.
강원도와 도소방본부는 산불 확산과 또다른 산림 화재 예방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경북 의성 산불 진압을 위해 강원도 소방인력 71명과 펌프차, 지휘차, 재난회복차, 물탱크 등 장비 35대를 투입, 진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 동해안의 건조특보 및 강풍주의보 발효 상황에 맞춰 영농부산물·생활쓰레기 불법 소각에 대한 단속과 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산림 인접 마을과 화재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예방 순찰을 진행중이다.
김승룡 강원도소방본부장은 “산림화재로부터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모든 유관기관과 힘을 모아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지사는 26일 대형 산불 확산세가 심각해지고 인제군 소속 임차 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곧바로 현장을 찾았다.
김 지사는 “영남 지역 대형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차와 헬기 등 진화 장비부터 인력까지 총력 지원하고 있지만 추가적인 지원도 아끼지 말라”며 “강원도가 잘 버텨줘야 전국적인 산불 위기를 막을 수 있다. 영남권 대형 산불 진화까지 산불 대응 1단계 수준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