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지역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최상기 인제군수

지역소멸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농·산촌지역에서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폐교가 늘어나며, 마을마저 점차 활력을 잃고 있다. 올해 입학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전국에 200여곳에 육박하고 초중교 폐교가 49곳으로 급증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지역의 아이들이 모이고 가족들이 정착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하지만 학생 수 감소로 인해 폐교가 늘어나면 그 지역은 더욱 쇠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외부 인구를 유입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인제군의 ‘산골 생태유학’은 그 대안 중 하나다. 도시 아이들이 일정 기간 농촌에서 생활하며 생태 교육을 받고 자연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 교육적 가치가 높다. 2022년부터 시작한 생태유학은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살리고 유학생과 학부모의 귀촌이 마을 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져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연극놀이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특색 있는 농촌문화 체험을 한다. 올 1학기엔 유학생 25명을 포함해 가족까지 47명이 인제군에 전입신고를 마쳤고 3개의 학교에 배치돼 생활한다. 매년 참여 학생 수가 증가해 체류형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운영 학교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골 생태유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량 높은 마을 공동체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인제군은 24개소의 농촌체험 휴양마을이 있고, 그중에서도 활성화된 17개의 휴양마을에는 사무장 활동비(인건비)도 지원해 마을 사무장이 마을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도록 제도화했다. 지난해에는 86만명이 체험휴양마을을 방문했다. 마을카페 운영 등 다양한 시도와 마을별로 특색 있는 생태 문화자원을 활용해 농촌관광을 활성화하고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마을의 체험시설과 숙박시설을 활용해 인제 살아보기, 청년작가 살아보기 프로그램으로 참여자의 20%가 인제군에 정착하는 성과도 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동향 조사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인제군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7명이었다. 이는 전국 229개 시·군·구 중 7번째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전국(0.75명) 및 강원지역(0.89명) 합계출산율보다 훨씬 높다. 도내 최초로 도입한 ‘찾아가는 장난감도서관 배송서비스’가 주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도내 최대 규모인 8개소의 다함께 돌봄센터에서 무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인제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지역에 정착하려면 문화와 여가시설도 중요하다.

인제군은 이미 다양한 문화체육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6월 개관한 인제 기적의도서관 방문자는 1년 만에 1만명 돌파에 이어 현재 18만3,000명이 다녀가며 랜드마크가 됐다.

미국 전역에 2,500개의 도서관을 지은 앤드류 카네기는 “도서관은 사막에서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고 했다. 작은 샘과 같은 군립 작은도서관이 인제군 6개 읍·면당 1개소씩 자리 잡고 있고 모두 합치면 11만권 이상의 장서가 비치돼 있다. 권역별로 작은영화관과 수영장이 각 3개소 등이 모두 준공돼 전 군민이 문화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지역소멸을 단순히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역 주민들이 협력하여 마을을 활성화하고 학교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재건한다면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다. 마을이 살아야 학교가 살고,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지속될 수 있다. 곧 지역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는 지역과 교육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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