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숲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 미래를 지키는 일

윤석범 춘천국유림관리소장

지난 9일 일요일 오후 봄기운을 가득 안고 불어오는 바람결은 마음을 설레게 하면서도, “혹시 소홀히 한 작은 불씨가 대형산불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을 느끼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춘천국유림관리소 관내 산불 신고로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산불 현장에 도착한 산림청 헬기의 영상을 보니 하얀 연기가 심상치 않게 피어오른다. 산불 확산이 우려돼 전 직원 비상소집을 명령했다.

다행히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한 산림청 산불진화헬기, 지자체 임차헬기,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및 산림재난에 특화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직원들의 체계적인 산불 진화 작업으로 최대한 산불 확산을 억제하고 안전사고 없이 무사히 산불을 진화하여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나의 비상소집 명령으로 한 직원은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다 중간에 나와 버렸고, 주말 부부인 직원은 아내와 함께 빙상장에서 스케이트 끈을 묶다가 비상소집 문자를 보고 즉시 관리소로 향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관장으로서 직원들을 향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은 긴 여운을 남겼다.

산림청은 최근 30년간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큰 규모라고 하는 일본 이와테현 일대의 대형산불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번 산불이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쓰는 대형산불로 알 수 있듯이 이제 산불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으며, 전문가들 또한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산불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 위험이 커지는 만큼, 선제적 예방과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로 산불 발생 위험이 커지는 봄철에 산림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춘천국유림관리소는 선제적 예방 및 빠른 초기 대응을 위해 산불무인감시카메라 영상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로 구성된 영농부산물 파쇄팀을 운영하여 산불발생 위험이 큰 산림 인접지역의 영농부산물 파쇄작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산불재난특수진화대와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신속한 출동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산악지형에 특화된 고성능 산불진화차 운영, 지속적인 산불진화 훈련 및 안전사고 예방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의 선제적 예방과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작은 불씨를 소홀히 다룰 경우 대형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산림 인접지역에서 불놓기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근 10년간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 가운데 입산자 실화, 논·밭두렁 소각 등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한 산불이 72%를 차지한다. 또한 산림과 가까운 지역의 주택 등의 화재로 인한 산불도 증가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작은 불씨는 잘 활용하면 유익하지만, 방심하면 대형산불로 번져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숲은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다. 숲이 타오를수록 우리의 미래는 희미해질 것이므로, 숲을 지키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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