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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갈등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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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갈림길에 서 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대한 최종 판결이 이르면 이번 주에 나올 전망이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대한민국은 그 이후에도 거센 후폭풍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국민들의 극단적 대립이다. 폭동이라도 일어날 기세다. ▼하지만 정치적 격변으로 인한 혼란과 분열 속에서도 결국 통합을 이뤄낸 사례는 많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후 포드 대통령은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닉슨을 사면했다. 포드 대통령의 사면은 국가적 분열을 최소화하고 사회 안정에 기여한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도 오랜 인종 차별과 투쟁 끝에 대통령이 된 후, 보복이 아닌 화해와 용서를 택했다. 그는 ‘과거에 묶여 있으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는 신념을 실천하며 국민 통합을 이끌어냈다. ▼독일의 통일 과정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간 서로 다른 체제 아래에서 살아온 동독과 서독은 통일 직전까지도 경제적 격차와 이념적 갈등이 극심했다. 그러나 헬무트 콜 서독 총리는 통일을 서두르면서도 동독 주민들의 삶을 보장하는 정책을 펼쳤고, 서독 국민들에게도 희생과 인내를 요청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독일 국민들은 통합을 위한 대화와 타협을 선택했다. 독일은 냉전 시대의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의 국가로 거듭났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탄핵 인용과 기각으로 인한 승패가 아니라 공존과 화해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화합하되, 무조건 같은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공통의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조화를 이루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상통한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국민 분열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정치적 진영 논리보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법치 그리고 국민 통합이 최우선이다. 이제는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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