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일선 학교 사건사고 예방 교육 당국이 적극 나서야

송찬호 치악고교 행정실장

최근 학교 내에서 여덟 살 어린 학생이 교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36년간 교육 현장을 묵묵히 지원해 온 교육행정인으로서 현재 학교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기에 짧은 인생을 살다 간 학생과 그 부모님께 무한한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낀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학교 현장에서 재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 당국을 비롯해 학부모, 교원단체, 정치권에서 학교 현장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 학교 현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부는 교장을 ‘연락책’, 교감은 ‘마크맨’이라고 한다. 교장이 학교 현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단순히 상부에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역할로 전락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비꼬는 표현이다.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결론적으로는 아니다. 교장에게는 다양하고 책무성이 강한 권한이 주어져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교육법과 학교 규칙의 범위를 벗어난 사안이다 보니 상부 및 관련 기관에 보고 후 지시를 기다리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가해 교사가 기물을 훼손하고, 동료를 폭행하고, 장학사의 학교 방문 조사 과정에서 단계별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다면, 어린 학생을 보호할 기회가 적어도 세 번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가해자의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도 두 차례의 진단 기회가 있었지만, 범죄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 전문의조차 파악하지 못한 문제행동을 어린 학생만을 가르쳐 온 교장, 교감이 예측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 시점에서 학교 현장 관리자들의 어려움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교직사회 역시 청탁금지법 시행과 코로나19 이후 다른 사회영역과 마찬가지로 개인주의 성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출신 선후배나 과목 교사들 간 네트워크도 약화되고 있다. 그 결과 새 학기가 되면 학교의 중간 관리자인 부장교사나 담임교사를 임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장, 교감이 교사들에게 사정해야만 부장교사와 담임이 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정규 교원 부족으로 인해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또한 교권 침해와 현장학습 사고로 인한 교사의 유죄 판결 사례 등은 교사들에게 자기 보호 본능을 부추기고 있다. 아울러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할 경우 학교장의 섣부른 결정이 갑질 등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학교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장의 자존감과 책무성을 높여주고 일선 학교 현장에 팽배해져 있는 ‘내가 아닌 남이 하면 다 오케이’라는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으로 협조하고 동참할 수 있는 교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교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개선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학부모가 가장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 주민, 교육 당국, 교원단체, 정치권도 나서야 한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에 공감하게 된다. 온 마을이 아니라, 온 나라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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