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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박사 실업

박사 학위를 갖고도 취업을 못 하는 시대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 응답자 1만442명 중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율은 70.4%로 집계됐다. 박사 학위 수여자 10명 중 3명이 ‘백수’로 조사된 셈이다. 일을 구하지 못한 미취업(실업자)은 26.6%, 취업도 실업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3.0%였다.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은 ‘무직자’의 비율은 총 29.6%로 201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재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선 국내 학계와 연구기관에서 이들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학 강단은 정년 교수 중심의 구조로 굳어져 있고, 비정규직 연구직은 늘어나지만 고용의 안정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 기업이 박사급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며 대기업 연구소조차 경력직을 선호한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연구개발(R&D)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박사급 인력의 기대 수준과 보상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발달이 학문 분야조차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AI가 논문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처리하는 역할을 더 넓게 대체하면서 연구자의 역할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여성 박사들의 취업난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박사 학위 취득자의 41.2%가 여성이었으나 이들 중 상당수가 연구직 또는 기업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학계와 산업계에는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하며 육아와 경력 단절 문제가 가중되면서 여성 박사들의 취업률은 남성 박사보다도 더 낮은 상황이다. ▼고학력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박사 학위는 단순한 개인의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자산이다. 이들이 연구실 밖에서도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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