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한미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이 실시된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이동면 민가에 공군 소속 전투기 폭탄 오발 사고가 발생해 7명이 중경상을 입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분께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일대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우리 공군의 KF-16에서 공대지 폭탄 MK-82 8발이 비정상적으로 투하돼 사격장 외부 지역에 낙탄됐다.
비정상 투하된 폭탄은 민가 지역에 떨어져 민간인 5명과 군인 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중상 2명, 경상 5명으로 분류했으며 현재까지 심정지나 의식이 없는 환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훈련 중인 공군 전투기의 오폭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2004년 우리 공군의 F-5B 전투기가 충남 보령에서 연습용 폭탄을 오폭하는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공군은 박기완 참모차장을 위원장으로 사고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사한 결과 사고 원인은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전투기 오폭 사고 관련 언론브리핑에서 "조종사가 비행 준비 과정에서 잘못된 좌표를 입력한 것으로 조종사 진술 등으로 확인했다"며 "실사격 훈련을 할 때 원래 좌표를 입력하고 육안으로 식별하는 과정도 있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도 "지상에서든 공중에서든 좌표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며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실수한 것으로 현재 파악하고 있다"며 "공중에서도 추가적으로 확인한 상태에서 무장을 투하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폭 사고는 KF-16 2대가 일반폭탄인 MK-82 각각 4발을 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 중에 발생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KF-16 2대가 동시에 오폭 사고를 일으킨 원인에 대해서는 "1번기가 좌표입력을 잘못했다"며 "2번기 조종사의 이어진 발사 부분은 공군이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MK-82 폭탄은 건물·교량 파괴 등에 사용되는 폭탄으로 직경 8m·깊이 2.4m의 폭파구를 만들 정도로 위력이 강하며, 위치정보시스템(GPS) 유도 방식이 아닌 무유도 방식으로 투하된다.
오폭 사고는 포탄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민가에 떨어져 폭발했다고 민간인이 관계 당국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오폭 사고가 발생하고 100분이 지나서야 공군 전투기에서 MK-82 폭탄이 잘못 투하됐다고 발표했다.
민가에 떨어진 MK-82 폭탄은 오전 10시 4분에 투하됐는데, 공군은 11시 41분에서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이 때문에 공군이 초반엔 오폭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가 보도를 접한 뒤에야 진상 파악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군은 "비정상 투하 사고로 민간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며, 부상자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한다"며 "피해배상 등 모든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 현장은 폭발 충격으로 주택 기와지붕은 처참히 내려앉았고, 나무들은 갈기갈기 찢어져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충격파에 의해 성당 건물과 주택 3채와 비닐하우스가 파손돼 바닥에는 벽돌과 목재 조각이 널려 있었고, 폭발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목격자들은 폭탄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주민 박모(73)씨는 "집 안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천둥이 친 것처럼 엄청난 폭음이 들리더니 온 집이 흔들렸다"며 "밖으로 나와 보니 주변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서 약 150m 떨어진 주택에 있던 윤영채(85) 씨는 "뭔가 '쌩' 하는 폭격기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쾅' 하고 터졌다"며 "그 순간 집이 들썩였고, 전기가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윤 씨는 "밖으로 나가 보니 시커먼 연기 구름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며 "현재 군에서 불발탄 작업을 한다며 대피하라고 해 집을 나왔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집 현관문과 창문 등이 날아간 허모(75) 씨는 "어제 저녁에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오늘 오전 9시 30분에 차를 타고 외출했는데, 만약 집에 있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집에 돌아와 보니 현관문이 열린 상태였고, 경찰이 접근을 막고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약 1km 떨어진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도 충격이 전해졌다.
노인주간보호센터 유 모(44) 원장은 "당시 센터에 어르신 27명이 선생님들의 교육프로그램을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발 같은 소리와 함께 건물이 흔들렸다"며 "유리창도 깨져서 선생님 한 분이 다쳐 병원으로 가셨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다행히 어르신들은 다치지 않았다"며 "지금 어르신들이 많이 놀라셔서 다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떨면서 말했다.
군은 현재 폭탄이 완전히 폭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폭발물 처리반(EOD)이 현장에서 불발탄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고 현장에는 주민 대피령이 내려져 전면 통제됐으며,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주요 군 오폭·오발 사고 일지]
▲ 2001년 1월 29일 = 공군 F-5E 전투기, 전북 군산 공군기지 이륙 후 사이더와인더 공대공 미사일 1발 오발 사고. 미사일은 서해상에 떨어져 인명피해 없음.
▲ 2001년 8월 7일 = 육군 20㎜ 발칸포, 서울의 한 호텔 옥상의 육군 방공진지에서 장비점검 중 남산 방면 45도 각도로 17발 오발 사고. 공중에서 자동 폭발돼 인명피해 없음.
▲ 2004년 6월 1일 = F-5 공군 훈련기, 충남 보령시 웅천읍 웅천역 광장 남쪽 주차장에 연습용 포탄 오폭 사고.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으나 주차장 아스팔트 및 차량 파손.
▲ 2004년 9월 3일 = 육군 대전차화기 PZF-III, 경기 포천서 사격 준비 중 철갑 파괴용 탄(직경 110㎜) 오발 사고. 병사 2명 사망, 12명 중경상.
▲ 2010년 11월 28일 = 155㎜ 견인포, 경기 파주 문산 인근 육군 부대에서 1발 오발 사고. 판문점 인근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사이 DMZ(비무장지대) 야산에 떨어져 인명피해 없음.
▲ 2011년 4월 15일 = 중부전선 연천군 최전방부대에서 우리 군 상황 조치 훈련 중 북측 향해 K-6 기관총(12.7㎜) 3발 오발 사고. 김일성 99번째 생일 당일 사고 발생. 인명피해 없음.
▲ 2015년 3월 28일 = 연습용 105㎜ 대전차 포탄, 미군 훈련장 영평사격장에서 날아와 주택 지붕에 추락. 인명피해 없음. 미8군 사령관 사과.
▲ 2019년 3월 18일 = 춘천 공군부대에서 중거리 지대공유도탄 '천궁'(天弓) 1발 유도탄 발사대 기능 점검 중 오발 사고. 공중에서 폭발해 인명피해 없음.
▲ 2020년 11월 19일 = 경기도 양평 육군 양평종합훈련장 사격훈련 중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晛弓) 1발이 훈련장에서 1.5㎞ 거리의 논에 떨어져 폭발. 인명피해 없음.
▲ 2021년 1월 5일 = 대연평도 해병대 훈련 중 유도로켓 '비궁'(匕弓) 오발 사고. 해상에서 폭발해 인명피해 없음.
▲ 2022년 10월 4일 = 탄도미사일 '현무-2' 1발, 지대지미사일 사격훈련 중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가 인근 기지 내로 낙탄. 미사일 추진제 연소로 화재 발생했으나 인명 피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