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확대경]위기의 자영업자

강명완 영월 식당 풍수원 대표

강명완 영월 식당 풍수원 대표.

우리나라 경제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와 글로벌 경제 평가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건설 경기 쇠퇴와 제조업 부진, 수출 저하, 내수 경제 침체 등에 따른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저성장 등의 여파로 자영업자들은 혹한기, 극한기를 넘어 빙하기에 들어섰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최악의 불황은 최악의 소비 침체를 낳고 있다. 빚으로 버티던 자영업자들도 한계에 직면하면서 지난해에만 100만여명이 폐업했다.

암울한 것은 불황은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해가 갈수록 뼈를 더 깎아야 하는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는 게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지금 군 단위에서는 오후 7~8시만 되면 불 꺼지는 상가가 허다해 거리에 적막감이 돌고, 오가는 사람도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중소도시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전언이다.

오죽하면 서울 명동과 ‘강남불패’라는 강남도 그 명성을 뒤로하고 폐업이 줄을 잇고 임대 표지판이 나붙기 시작했겠는가. 자영업은 경제의 실핏줄이다. 실핏줄이 막히거나 터지면 결과는 자명하다. 지금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영업자들이 갚아야 할 빚이 1,123조 8,000억원이다. 이 빚을 갚지 못하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고, 국가 차원의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자영업자들이 쓰러지면 경제가 마비될 수도 있다.

위험 수위까지 온 것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정치인들의 과오도 크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 위기의 뿌리는 절대 타협하지 못하는 두 정당에 있다고 꼬집었다. 한쪽은 확실한 지지층인 특정 노총에 굽신대며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을 쏟아내면서 여러 혐의로 수사받는 자기 당 대표를 지키겠다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29명의 공무원을 줄탄핵했다. 나라에서 일을 할 수 없게 국정 예산을 껍데기만 남기고 깡그리 깎아버리는 입법 폭주를 저질렀다.

다른 쪽에선 뜬금없는 계엄을 선포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돌덩이를 얹어 놓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 탄핵의 기로에 선 자기 당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당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민심을 선동하고 있다.

두 정당이 나라를 흔들어 대니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를 불안감에 국민들은 지갑에 자물쇠를 채워버렸다. 그 피해는 우리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국민이 정치하는 자(者)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것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라고 준 것이지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을 채우라고 준 것이 아니다. 정신들을 차려야 한다. 국민은 겨울의 칼바람 속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얼어 죽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 와중에 큰 걱정거리는 앞 뒤 양 옆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태로 세계를 차렷시킨 스트롱맨 트럼프의 귀환이다. 그는 한미 FTA 협정을 걷어차고 우리나라 수출에 칼을 댈 것과, 자기 멋대로인 상호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그 파편이 자영업자들에게도 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는 오늘도 임대료 걱정하며 힘없는 출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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