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 계엄으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안갯속이다. 서둘러서 그런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그런지, 헌법이나 법률적으로 허술한 구멍이 꽤 많아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차분히 잘못을 단죄하면 될 텐데 군홧발의 기억에 소스라치게 놀란 ‘민주화 세대’가 주도하는 야권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정권을 잡아보려는 기세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승복해야 한다면서도 정작 자기 진영에 불리한 상황에 대해선 ‘뒤탈’을 경고한다. ▼나라 전체를 통틀어 강원도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인구로 보나, 돈으로 보나, 인재로 보나 경기와 수도권, 영호남, 충청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다. 듣기 좋은 말로 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은 미래의 땅이다.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강원도 위상은 달라진다. 20대 대선에서 24만여표, 0.73% 차로 당락이 결정된 만큼 전국 3%가량인 강원도 유권자들의 선택이 앞으로 정권 탄생에서 결정적 한 방이 될 수 있다. 전략적인 투표를 한다면. ▼대통령 탄핵의 열쇠를 쥔 헌법재판소에 국민들 이목이 집중됐다. 헌재 재판관 이력 가운데 흥미로운 게 있다. 8명 중 3명 출생지가 강원도다. 이미선(화천)·정계선(양양)·정형식(양구) 재판관이다. 임명 보류된 마은혁(고성) 후보까지 포함하면 4명이다. 시시콜콜 개인사를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드러난 출생지가 그렇다. ▼22대 국회는 가히 ‘역대 최강 강원 라인업’이다. 여당 원내대표로 정국 격랑의 한가운데 서 있는 권성동 의원과 사무총장 이양수 의원, 이철규·한기호·유상범·박정하 의원과 함께 야당에선 3선 송기헌 의원과 재선 허영 의원이 중요한 장면마다 존재감을 드러낸다.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강원인들의 지혜와 능력이 투영되는 것 같아 뿌듯함도 있다. “중앙무대에서 강원도는 손톱 밑 먼지만큼이나 될까?”라는 어떤 출향인사의 푸념이 귓전을 맴돈다. 낙후된 강원도의 발전과 이익을 챙기려면 ‘흐릿한 흔적’일지라도 찾아내 연결시키고, 이를 확산시키고 뭉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