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적인 경제학의 핵심적인 가정은 ‘사람들이 대체로 합리적이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사람들은 주어진 기회를 계획적으로 활용하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온전히 합리적인 선택만을 반복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신중하지 못한 선택으로 중대한 결정까지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주류 경제학의 기본적인 가정을 부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주목하는 경제학 분야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라 일컫는데, 행동경제학이 밝혀낸 사람들의 일반적인 편향으로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초래하는 몇 가지 요인에 관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➀ ‘확증 편향’: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존의 신념 혹은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과 태도, ➁ ‘과신 편향’: 자신의 판단력과 결정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 ➂ ‘손실 회피’: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심리, ➃ ‘현상유지 편향’: 변화를 꺼리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 ➄ ‘프레이밍 효과’: 동일한 정보라도 그 정보가 제시되는 방식에 따라 다른 판단이 이루어지는 현상, ➅ 현재 지향: 현재의 보상을 미래의 보상보다 더 크게 평가하는 경향, ➆ ‘매몰비용 효과’: 이미 투입된 시간, 노력, 금전 등의 비용이 아까워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되는 경향, ➇ ‘기준점 효과’: 처음 제시된 숫자나 정보(기준점)에 영향을 받아 그 후의 판단이 왜곡되는 현상, ➈ ‘인지 부조화’: 자신의 판단과 모순되는 증거를 접하면 이를 합리화하려는 태도와 심리, ➉ ‘감정적 의사결정’: 슬픔, 분노, 자존심 등 감정의 개입으로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향, ⑪ ‘휴리스틱: 제한된 시간과 정보 속에서 복잡한 문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간단한 규칙이나 경험적 방법 등을 활용하는 현상[예컨대, 어떤 사건이나 대상이 특정 범주에 속하는지 판단할 때 그 사건이나 대상이 그 범주의 전형적인 특징을 얼마나 잘 나타내는지를 기준으로 하거나(대표성 휴리스틱), 어떤 사건의 가능성을 판단할 때 기억의 가용성에 근거해 추정을 함으로써 기억에서 잘 떠오르는 대상에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하게 되는 현상(가용성 휴리스틱)].
소송의 진행 방향을 정하고 합리적인 주장으로 재판부를 설득해야 하는 재판의 당사자는 물론 소송법의 틀 안에서 객관적인 진실을 가려내고 공정한 판단을 하여야 하는 법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 인간이기 때문에 일정한 편향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편향이 교정되지 않은 채 개인적인 편견으로 발전하는 경우 그러한 편견은 그것을 뒤집을 수 있는 모든 증거에 적극적으로 저항하며 결국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중대한 오판을 유발한다.
다만 행동경제학에 의하더라도 사람들의 선택이 항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지는 못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어떤 편향이 자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인식한 뒤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할 수 있다면, 판단의 오류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선택으로 나아갈 수 있다. 평소부터 주관적인 기억과 경험, 감정 등을 이용한 직관적 판단을 피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며, 때로는 자신의 잘못된 견해와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습관과 태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면, 비단 소송 등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분쟁의 발생까지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