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십이라도 청춘이라.” 예전 같으면 팔십 넘기기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백세 시대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법정 노인 연령을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노인복지법에 의해 규정된 노인 연령이 1981년 이 법이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바뀌지 않고 45년째 그대로인 만 65세에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65세라는 숫자는 19세기 독일에서 시작됐다. 1889년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가 세계 최초로 공적 연금을 도입하면서 정한 나이다. 당시 독일인의 평균 수명은 45세 남짓이었으니, 65세 이상까지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마디로 연금을 지급할 대상 자체가 적었던 것이다. ▼“예순에 이르면 집을 나서고, 일흔이면 이웃에 가고, 여든이면 대문 밖에 나선다.” 옛사람들은 나이별 활동 범위를 이렇게 묘사했다. 60세가 되면 멀리 여행도 다니고, 70세가 되면 동네에서 자주 보이며, 80세가 되면 집 주변을 맴돈다는 뜻이다. 이 속담이 나오던 시절에는 80세도 굉장히 장수한 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60대 중반에도 여행은커녕 직장에서 현역으로 뛰는 사람이 많다. ▼정부가 노인 연령을 조정하는 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노인 기준이 70세로 올라가면 지하철 무임승차, 기초연금, 각종 경로우대 혜택을 받는 연령도 늦춰진다. 재정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그 사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65~69세는 복지 공백을 겪을 수 있다. 비참한 생활이 시작된다. 나이가 들었다고 ‘늙은이’로 몰아세우기보다 ‘잘 익은 인생’으로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노인의 연령을 단순히 올리는 게 아니라 그에 맞는 제도적 보완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일본은 정년 연장을 통해 ‘계속고용’을 장려하고 있다. 기업이 65세 이후에도 재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점진적으로 정년 폐지를 논의 중이다. 스웨덴은 아예 정년을 없애고 개인의 선택에 맡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도 이런 세계적 변화에 주목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