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은 인간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그럼에도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화장실은 부차적인 공간으로 취급돼 왔다. ‘급할 때 친구와 화장실은 찾기 어렵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와 같은 속담이 있다. 이는 화장실이 우리의 생활 속에 필수적이면서도 동시에 그 가치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공공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특히 공중화장실은 도시의 품격과 문화를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본은 전국 곳곳에 ‘화장실 명소’를 조성해 관광 자원 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는 공중화장실을 단순한 위생시설이 아니라 문화적 요소로 접근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투명 화장실, 오스트리아 빈의 예술 화장실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중화장실 문화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중화장실이 지저분하고 기피해야 할 장소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의 ‘깨끗한 화장실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대구 수성구 수성못에 건축비 5억8,800만원, 국비 등 총 9억원이 투입된 공중화장실이 등장해 화제다. 이 공중화장실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던지는가? 먼저 공공시설에 대한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화장실을 단순한 위생시설이 아니라 하나의 관광 자원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공공 정책의 발전된 형태다. 하지만 투입된 예산의 적절성에 대해선 고민이다. 공공 예산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데 화장실 예산이 그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균형이다. 공중화장실은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며 그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은 시민의 편의를 위한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과도한 투자로 인해 다른 중요한 복지 사업이 위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 수성구 사례가 앞으로의 공공시설 투자에 대한 방향 설정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