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로 4명 숨지고 6명 부상…구조작업 종료

"상판 설치과정서 편하중 작용해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진 듯"
노동부, 고속도로 공사장 사고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수사 착수

◇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영상=독자제공

25일 오전 경기 안성의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량이 무너지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0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9분께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산∼용인 구간 연결공사의 교량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5개가 떨어져 내렸다.

이 사고로 교각 아래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10명이 깔리면서 4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경만 경기 안성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이날 오후 현장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고 인명피해 현황에 대해 "사고 피해자 10명 중 4명 사망, 5명 중상, 1명 경상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2시 21분 마지막 구조 대상자인 A씨를 구조했으나, 숨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3명은 안성의료원에, 1명은 평택 굿모닝병원에 각각 안치돼 있다.

유족들은 소식을 듣고 이들 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와 눈물을 쏟고 있다. 아직 빈소는 차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부상자 6명은 아주대병원과 단국대병원, 한림대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사고가 난 교각의 높이는 구간별로 다르지만, 최고 52m이며, 상판 구조물이 떨어진 구간 거리는 210m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사고 발생 10여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가 뒤이어 비상발령을 '국가소방동원령'으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는 경기, 충남, 충북의 소방력은 물론 전국의 119특수구조대, 119화학구조센터 대원과 장비를 투입했다.

소방청장은 특정 시도의 소방력으로는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거나 국가 차원에서 소방력을 재난 현장에 동원할 필요가 인정될 때 동원령을 발령할 수 있다.

◇25일 오전 9시 49분께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져 내려 작업 중이던 인부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2025.2.25 사진=연합뉴스

이날 사고는 '런처'라고 불리는 크레인을 이용해 거더를 교각 위에 거치하던 중에 발생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상행선에는 이미 거더를 설치한 상태이고, 하행선에는 설치를 위한 준비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붕괴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소방당국은 "설치돼 있던 '빔'(거더)이 무너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고정이 안 돼 있었던 점에 미뤄 설치 중 사고가 난 걸로 추정된다"고 했다.

사고 현장의 교량은 바닥 판과 가로 보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프리캐스트)한 뒤 현장에서 조립해 현장 공정을 단순화한 'DR거더 런칭 가설' 공법으로 짓고 있었다. 그런데 거더 설치를 마친 장비를 철수하던 중 거더 4개가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사고 당시 이곳을 지나던 백해용(32) 씨의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면, 백씨의 차가 천용천교 건설 현장 아래를 지나간 직후 교량 상판 구조물이 마치 태권도 선수가 송판을 격파하듯 가운데 부분이 두 동강 나며 무너져 내린다.

이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교각은 두 개씩 짝을 지어 일렬로 서 있는데, 위에 올려진 구조물이 시차를 두지 않고 거의 동시에 붕괴했다.

백씨는 "우르르 쾅쾅 대포 터지는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봤는데 사고가 나 있었다"고 전했다.

언론에 보도된 사고 장면을 본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빔'(거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하중이 한쪽으로 쏠리는 편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고, 빔 하나가 무너지면서 연결된 다른 빔들이 줄줄이 도미노처럼 떨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제 막 소방당국의 구조 작업이 종료됐을 뿐, 경찰의 수사가 이뤄진 것이 없어 섣불리 사고 원인을 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5일 오전 9시 49분께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져 내려 작업 중이던 인부 10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2025.2.25 사진=연합뉴스

전체 134㎞인 서울세종고속도로는 크게 수도권(안성~구리·총 길이 72㎞), 비수도권(세종~안성·오송지선 포함 62㎞) 구간으로 나뉜다.

수도권은 지난 1월1일 개통됐고, 세종∼안성 전체 구간은 2026년 말 준공 예정이다.

사고가 난 지점은 세종∼안성 구간에 포함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으로 사고 구간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맡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현장 관련 전 직원이 나와서 사고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하청 업체에 고용된 현장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인 상황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사고 영상을 접한 전문가들은 "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편하중이 작용하면서 붕괴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두 개의 다리 기둥 위에 얹어지는 기다란 빔 하나는 일정한 크기의 콘크리트 블록들을 연결해 제작한다. 이 블록들 안에는 강선이 들어가 있는데 이걸 체결하는 방식으로 연결한다.

한국안전전문가협회 소속의 한 토목 전문가는 여러 개의 빔이 연쇄적으로 붕괴한 이유에 대해서 "작업이 모두 완료되고 이상이 없으면 빔을 다리 기둥에 영구 고정하는데 지금은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빔들이 기둥 위에 임시 고정되어 있었을 것이고, 그렇다 보니 어딘가 가해진 충격으로 인해 연쇄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인명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5.2.25 사진=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사고 영상으로만 판단해본다면, 붕괴 이후 다리 기둥이나 다른 쪽은 멀쩡해 보인다. 이는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들 간 수신호가 맞지 않았다던가, 방심하는 순간 실수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 업계에서는 이런 사고를 아차 하는 순간, 방심하는 순간 사고가 난다는 의미에서 '아차 사고'라고 부른다"며 "소방 당국 설명을 보면 런처 장비(빔 인양 설치 장비)를 이동 중에 사고가 났다고 하는데, 장비를 운용하는 조종사와 빔을 거치하는 거치공 간 사전 회의나 계획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송규 회장은 "향후 수사기관에서는 구조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 설계가 잘 됐다면 과정대로 작업순서가 잘 이뤄졌는지, 감리나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등을 따져보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날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노동부는 사고 발생 직후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을 현장에 급파하고 관할 고용노동지청에서 현장 출동해 해당 작업 및 동일한 작업에 대해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

국토교통부 중심으로 구성된 사고대책본부에는 관계 기관으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3명 이상이 사망(5인 이상 사상)함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본부에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중산본)를, 관할지청인 평택지청에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지산본)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산안법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또한 엄정히 수사한다.

◇고가도로 붕괴 사고 현장 모습[독자 제공]
◇고가도로 붕괴 사고 현장 모습[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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