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망쳤다는 허위조작정보를 유포한 바 있다.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 군과 국민의 결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당시 허위조작정보는 우크라이나 내부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게도 큰 충격이었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을 통해 자신이 우크라이나 내부에 건재해 있음을 실시간으로 밝히며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허위조작정보와 가짜뉴스는 그 의도성에 의해 구분될 수 있다. 악의적인 의도를 기반으로 조작되어 유포되는 것이 허위조작정보인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당시 셀 수 없는 허위조작정보가 유포되어 전황에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러한 허위조작정보 유포와 그에 기반한 전시 정보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실시간 정보 유통이 가능한 SNS의 보편화와 인공지능 기술, 정보 네트워크 인프라의 구축 등으로 인해 그 효과가 배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정보전에 취약하다. 민주주의가 중시하는 정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이러한 정보전에 매우 취약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으며, 특히 지금과 같이 정치적 지형이 양극화된 상황 속에서는 확증편향과 그에 따른 SNS의 알고리즘 형성 등으로 인해 허위조작정보가 편향되어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정치적 불안정과 여론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전이 전시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평시에도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러시아의 경우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액티브 메져(Active Measure)라는 정책을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 내부의 결속을 약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보전을 수행하였다. 이때 유포되었던 허위조작정보는 미국 주도 질서의 부당함, 테러리즘 소탕에 있어서의 러시아의 주도적 역할 강조, 러시아의 도덕적 우월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를 통해 서구 유럽국가들이 ‘서방진영의 쇠퇴’라는 내러티브를 수용하도록 시도했고, 러시아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적대적 정책 철회를 지지하는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도록 유럽 내 언론, 정당, 기업, 학계 등 다양한 네트워크에 침투했으며, 선거개입도 서슴치 않았다.
아시아 역시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 해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방문했을 당시, 사뮤엘 파파로 인태사령관이 먼저 제기한 문제가 바로 허위조작정보에 기반한 정보전이었다. 정보전의 확대는 결국 일반적으로 상정하는 재래식 전쟁을 넘어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현대전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초이다. 허위조작정보 유포를 통한 정보전을 통해 전쟁 개시 이전에 이미 장기적인 여론전과 심리전이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아세안과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세 개의 전쟁, 즉 심리전과 정보전, 법률전을 통해 평시 중국의 국가이익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왔다. 코로나 19 팬더믹 기간 확산된 디지털 권위주의는 이러한 중국의 여건 조성 노력에 기여했고, 중국이 굳이 물리적 전쟁을 치르지 않더라도 정치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중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허위조작정보 유포와 정보전의 위협에 민주주의 국가들은 더욱 자주 노출될 것이기에, 이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대응책, 그리고 이에 대한 합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또한 유사입장국과의 협력도 정보전에 대한 내구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