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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귀한 고로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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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고로쇠 수액 채취가 시작됐다. 단풍나뭇과 낙엽활엽교목인 고로쇠나무는 수액 생산을 통해 산촌 주민들의 단기소득 자원으로 활용된다. 과거 팔만대장경판 제작에 이용됐을 정도로 재질이 균일해 목재로도 널리 쓰였다. ▼고로쇠 물을 마시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으나 통일신라 말 도선 국사(827~898년)에 관한 전설이 흥미롭다. 백운산에서 오랜 좌선을 마치고 무릎이 펴지지 않던 도선 국사가 곁에 있는 나무에서 흐르는 수액을 받아먹고 곧장 일어서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의미로 골리수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또 삼국시대 신라군과 백제군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중 신라의 한 병사가 화살이 꽂힌 고로쇠나무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했고 지친 신라군이 이 물을 마셔 백제군을 물리쳤다는 일화도 있다. 지리산에는 몸이 허약해진 변강쇠가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기력을 회복한 뒤 오백근이나 되는 들돌을 들어 올렸다는 들돌골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처럼 몸에 좋은 고로쇠나무 수액은 야간 온도가 영하로 내려갔다가 주간에 영상으로 올라가면 채취 가능하다. 수액이 흘러내리는 이유는 나무줄기 내 압력의 변화에 기인하며, 밤과 낮의 온도의 편차가 심할수록 좋은 조건이 된다. 바람이 많이 불고 흐린 날에는 생산량이 적고 맑은 날에 수액이 잘 나오고 성분도 더 좋다. 일반적으로 수액 채취는 3월을 전후해 주간과 야간의 온도 차가 10도 이상일 때 이뤄진다. ▼기후 변화로 이 고로쇠 물도 점차 귀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제 미산리에서는 2004년부터 방태산 고로쇠 축제가 열리다 생산량 감소와 채취 인력 부족 등 원인으로 2019년부터 축제가 사라졌다. 고로쇠생산협의회는 임산업의 6차 산업화를 실현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나갈 젊은 인력 유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연 먹거리를 추구하는 웰빙시대에 천연 미네랄 건강음료 고로쇠를 통해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 효과와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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