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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고장난 청년’

인문학자인 김경집은 ‘고장난 저울’(더숲)에서 ‘밝은 미래를 열어줄 결정적 열쇠’인 수평사회의 저울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한다. “여기 저울이 있다. 저울은 무게를 재고 값을 정한다. 저울은 판단과 측정의 기준이고 객관성과 보편성의 잣대가 된다. 저울은 수평을 유지했을 때 제 기능과 역할을 완수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의 저울은 기울어져 있고 추는 저울을 쥐고 있는 사람 마음대로 정한다. 그런 저울은 현재를 망칠 뿐 아니라 미래까지 깡그리 망쳐버린다.” ▼그리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욕망을 갖게 마련이라고 일갈한다. “본능적 욕망뿐만 아니라 의지적 욕망을 갖고 있다. 의지적 욕망은 대개 권력, 재력, 명예 등에 관한 것이다. 그것을 획득하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노력해도 그런 욕망을 달성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면 절망, 체념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또 ‘80대20’의 사회에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많았지만 신분의 상승과 순환은 거의 구조적으로 막혀 있고 부의 재분배조차 왜곡된 상태에서 가난을 대물림하기 십상인 ‘99대1’의 사회는 좌절만이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고 했다. 이러한 형국이 대한민국 청춘들을 묘사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 나라 젊은이들이 아이 낳기를 거부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를 넘어 친교와 내 집 마련은 이미 접었고(5포), 취업과 희망을 접는 중이다(7포). 1월 기준 15~29세 청년 취업자 수는 9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4,000명(4.3%) 줄었다. 청년 취업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23년 12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장기 경기 불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포기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쉽게 좌절하고 분노한다. 다름에 대한 관용이 없어지니 다양성과 창조성은 갈수록 메말라 간다. 청년 실업은 세계 선진경제가 겪고 있는 고질병이라고 자위해 보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심각해지고 있는 ‘고장난 청년’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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