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피묻은 족적 간접증거로 유죄판결…경찰·검찰 10년 수사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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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장기 미제 ‘영월 영농조합 간사 피살사건’]
1심서 범행도구 등 직접증거 없이 무기징역 선고
강원경찰청 황준식·전인재·길영민·유덕상·김규현
끈질긴 수사 및 압수수색 간접증거 차곡차곡 쌓아
검찰 3년6개월간 보강수사 통해 지난해 7월 기소

20년 장기 미제 ‘영월 영농조합 간사 피살사건’이 흉기 등 직접증거가 아닌 피묻은 족적 중심의 간접증거를 중심으로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이례적인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장기미제사건 착수 이후 10년간 보강수사를 진행하면서 증거를 보완한 경찰과 검찰의 끈질긴 조사가 범인을 특정하고 재판에 넘겨 무기징역까지 선고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범행 현장의 피묻은 족적(샌들)에 의해 범인으로 지목돼 기소된 A(60·당시 39세)씨는 지난 20일 춘천지법 영월지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2004년 8월9일 오후 6시께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벌어졌다. 영농조합 간사 B(2004년 당시 41세)씨가 머리와 얼굴을 둔기 등으로 얻어맞고 목과 복부 등 16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발자국)이 다수 발견됐고 족적 분석 결과 특정 상표의 샌들 족적으로 파악됐다. 다수의 족적과 피해자 혈흔 각각의 위치·형태·순서 등의 복합적 분석으로 볼 때 족적을 남긴 사람이 범인인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범행 현장 목격자나 지문, 범행 도구, 혈액이나 DNA(유전자) 등 직접 증거가 없어 도내 대표 장기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2014년 강원경찰청 황준식(현 수사심의계장)·전인재(현 피싱범죄수사계장) 경찰관이 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족적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영장을 발부받아 용의자 추가 조사, 주거지·이메일·통신 압수수색 등을 통해 증거를 꾸준히 보완했다. 이를 통해 A씨가 소지하고 있는 영상 및 사진파일, 통신기록 등을 확보해 가능성 높은 범행동기까지 밝혀냈다.

이같은 증거물들은 피묻은 족적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로 수집됐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당시 길영민 미제사건전담팀장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사건 현장에 남은 여러점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의 족적이 99.9% 일치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A씨의 샌들 바닥 문양과 범행 현장의 족적이 마모흔이나 손상흔 등 17개의 특징점에서 99.9% 일치한다는 결과로 족적의 주인이 범인이라는 결정적 증거였다.

이후 경찰은 A씨를 소환, 거짓말 탐지기까지 투입해 검사를 진행했고 국내 유명 범죄 심리학자들에게 거짓말 검사 분석도 의뢰했다.

피묻은 족적을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차근차근 모였다.

검찰은 2020년 11월 사건을 넘겨받았고 직접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은 3년6개월간 보강수사를 벌인 끝에 A씨가 범인이라고 판단, 2024년 7월 기소했다.

재판부는 “밤색 샌들을 신은 A씨가 범행 시각에 범행 현장에 있으면서 불상의 둔기와 예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판시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시작한 황준식 현 강원경찰청 수사심의계장은 “직접증거는 없었지만 A씨가 범인이라는 강한 확신에 족적을 중심으로 A씨의 알리바이를 깨고 범행을 입증할 간접증거를 여러 정황과 함께 차곡차곡 쌓아나갔다”며 “재수사부터 유죄판결이 나올때까지 함께 노력한 전인재·길영민·유덕상·김규현 등 동료들도 고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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