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경찰, 대전 초등생 김하늘양 살해 40대 여교사 신상 공개 검토

"학교 측 관리 문제는 교육 당국에서 확인할 것으로 생각"
학부모단체, 교육감 진심 어린 사과·재발 방지 대책 촉구

◇대전 서구 한 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8살 김하늘 양이 14일 영면에 들어갔다. 하늘이 영정 사진을 앞세운 유가족들이 빈소를 나서고 있다. 2025.2.14 사진=연합뉴스

속보=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1학년 김하늘(8)양을 흉기로 살해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김양을 살해한 교사 명모씨의 신상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7일 국가수사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대전 초등생 살인사건 피의자 신상 공개가 이뤄지느냐'는 질문에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명씨는 지난 10일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김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후 자해한 채로 발견됐다. 명씨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 범행을 자백했다.

그는 사건 당일 돌봄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마지막 학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책을 준다며 시청각실로 데려가 목을 조르고 흉기로 찔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명씨는 당일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동료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무단외출해 흉기를 구입해 학교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교사 신분인 명씨는 우울증 등의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했다. 복직 후 교과전담 교사를 맡은 명 씨는 1학년생인 김 양과는 평소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초등학생 김하늘 양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2일 오전, 하늘이가 있었던 돌봄교실인 2학년 3반 교실의 불이 켜져 있다. 경찰은 이날 학교 동의를 구해 학교에서 수사 관련 자료 등을 수집하고 있다. 2025.2.12

경찰은 명씨가 사전에 범행 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명씨가 수술 뒤 안정을 취하고 있어 대면조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인터넷에 올라온 악성 게시글 5건에 대한 입건 전 조사(내사)에도 착수했지만, 아직 명씨 외에 입건된 피의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학교 측 관리 문제도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경찰은 "학교 측 관리 문제는 교육 당국에서 확인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경찰도 사실관계나 관련 규정을 검토 중이며 필요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시민사회단체 하늘이 사건 진상규명 촉구

대전 학부모·교육단체 등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내에서 무참히 살해된 김양 사건과 관련해 교육 당국에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초유의 사건이 왜 학교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경찰은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며 "그것이 억울하게 죽은 하늘이에게 그나마 속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전시 교육감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학부모 단체는 "하늘이 장례 절차를 마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화가 치밀었던 부분은 대전의 모든 학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교육감이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교육감이 사과하지 않으니 그 누구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교육청은 아이들이 다시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해당 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을 위한 심리치료와 트라우마 전담반을 설치해 운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영미 대전학부모회장은 "하늘이 사건은 학교 관리자와 담당 장학사, 교육감 등의 안전불감증과 직무 유기로 벌어진 일"이라며 "경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 초등생 故김하늘 양 피살사건 이후 긴급 휴교령을 내렸던 서구 한 초등학교가 17일 오전 7일 만에 등교를 재개하고 있다. 2025.2.17 사진=연합뉴스

한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만에 학교는 17일 저학년(1~3학년), 18일 고학년(4~6학년)생들을 순차적으로 등교시키기로 결정했다. 이후로 학교는 봄방학에 들어간다.

영하권으로 떨어진 추운 날씨 속에 학교 정문 앞에는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등굣길을 함께하는 학부모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 손을 꼭 쥔 채 등굣길을 함께한 한 엄마는 "엄마 이따가 끝나고 앞에 있을 거야"라며 정문에서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학부모는 아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먼발치에서 아이로부터 눈을 떼지 못했다.

1학년생 딸 등굣길을 함께한 조윤아(42)씨는 "집이 근처라 평소에는 집에서 아이가 등교하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너무 큰 사건이 발생하니까 걱정돼서 아이 등하굣길을 함께하게 됐다"며 "오늘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는 엄마들이 정말 많았다"고 전했다.

아이 등교를 함께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아이 등굣길에 전화를 걸어 불안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대전 초등생 故김하늘 양 피살사건 이후 긴급 휴교령을 내렸던 서구 한 초등학교가 17일 오전 7일 만에 등교를 재개하고 있다. 2025.2.17 사진=연합뉴스

엄마의 전화를 받으며 등교하던 한 남학생은 "여기 선생님도 나와 계시고 경찰분들도 계셔"라고 등굣길 상황을 전하며 부모를 안심시켰다.

1학년생 딸을 등교시킨 아빠 최모(42)씨는 "걱정되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등교했는데 이상하게 학교 분위기도 썰렁하다"라며 "저번 주 출장 중에 아이가 전화했는데 못 받았더니, 딸이 '아빠 살아있어?'라는 문자를 보내서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끔찍한 일이 일어난 학교를 자녀들이 앞으로도 다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무겁고 트라우마 또한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학부모 조씨는 "아이가 TV에서 하늘이 사건 뉴스가 나오면 울더라"며 "(학교를) 보내면서도 걱정이고, 아이가 방과후수업으로 시청각실에서 방송 댄스를 배웠는데 계속 이곳에서 수업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싶다. 이런 부분도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등교한 학생들은 1교시를 마친 뒤, 2∼3교시에는 신청 학생을 대상으로 개별 긴급심리상담을 진행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정서적 충격이 심해 긴급하게 심리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21일까지 교내와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위센터(19~21일)에서 심리상담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은 1~2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마음 건강 회복 교육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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