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에서 아역배우로 출연, 눈도장을 찍으며 그동안 다양한 작품 활동으로 주목 받은 김새론(25)이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4분께 김새론을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가 김새론의 성동구 성수동 자택에 방문했다가 숨진 김새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부 침입 흔적 등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사망 경위 등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25세의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김새론은 9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16년 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 온 대표적인 아역스타 출신 배우였다.

2001년 잡지 '앙팡' 아역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그는 2009년 영화 '여행자'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새론은 이창동 감독의 한국·프랑스 합작 영화인 이 작품에서 1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돼 아버지에게서 버림받고 보육원에 맡겨진 진희 역을 섬세한 내면 연기로 무난히 소화해냈다. '여행자'가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으면서 칸 레드카펫을 밟은 우리나라 최연소 배우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를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각인한 작품은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2010년작)다.
범죄조직에 납치돼 평소 아버지처럼 따르던 태식(원빈 분)의 구출을 기다리는 소미 역을 맡은 김새론은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김새론은 '아저씨 아역'으로 통하게 됐다.
이후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2011년작), '엄마가 뭐길래'(2012년작), '여왕의 교실'(2013년작)에 잇따라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2014년에는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와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에서 배두나와 호흡을 맞췄다.
이번에도 위기 가정 속 청소년을 연기한 그는 이 영화로 또 한 번 칸영화제에 초청됐다. 14세에 이미 칸의 무대를 두 번이나 밟은 것이다.
김새론은 '여행자', '아저씨', '도희야'로 각종 연기상도 석권했다.
'여행자'로는 제19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을, '아저씨'로는 제8회 대한민국영화대상 신인여우상을 각각 받았다. '도희야'로는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역대 최연소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안았다.
2015년에는 2부작 드라마 '눈길'을 통해 시대극에도 도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영애 역으로 호평받았으며 이 작품은 이후 영화로도 개봉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중국 금계백화장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활발히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아역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벗고 주·조연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드라마 '마녀보감'(2016), '우수마당 가두심'(2021), 영화 '동네사람들'(2018) 등 스크린과 안방극장도 누볐다.

그러나 2022년 5월 음주운전 중 가드레일과 변압기를 들이받아 벌금 2천만원을 선고 받고 작품 활동이 중단되는 등 배우 커리어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에서 차현주 역을 맡았지만, 이 사고로 김새론이 등장하는 촬영분 대부분이 편집됐고, 후반부에는 다른 인물을 대체 투입해야 했다.
이와 함께 캐스팅됐던 SBS 드라마 '트롤리'에서도 하차했고, KBS에서는 방송출연 정지 처분을 받았다.
김새론은 음주운전 사건 이후 개명을 하고 최근에는 카페 개업과 연예계 복귀를 준비하는 등 새 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새론의 지인은 지난 16일 한경닷컴에 "그일(음주운전 교통사고) 이후 김새론이 김아임으로 개명했다"며 "김아임이라는 이름으로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봐서 카페에서 일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경을 쓰고 이름도 다르니 사람들이 몰랐지만 사진이 찍히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김새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해 카페에 지원한 건데 그런 일이 반복되니 고민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연기자 복귀에 대한 꿈도 놓지 않았다"며 "아르바이트하면서 촬영 스케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으니 지인들이랑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 카페를 차리고 싶다면서 근처로 이사하겠다는 말도 했었다"고 전했다.

김새론은 같은 해 연극 '동치미'를 통해 2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려 했으나 복귀가 알려진 지 하루 만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하차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영화 '기타맨'에 합류하며 재차 복귀 의지를 보였다. 아직 개봉 전인 이 작품은 김새론의 유작으로 남게 됐다.
천재적인 기타리스트가 볼케이노라는 인디밴드에 가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선정밴드 보컬 겸 기타리스트이자 성원제약 대표인 이선정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직접 출연도 해 김새론과 호흡을 맞췄다.
김새론의 또 다른 측근도 같은 날 뉴스1에 "김새론과 지난해 12월 중순에도 만나 복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지난해 11월 초 영화 '기타맨' 촬영을 마쳤고 이후에 어떻게 활동을 이어갈지 얘기를 계속하고 있던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김새론의 비보가 전해지자 동료들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김옥빈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국화꽃 사진과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구체적으로 언급하 않았지만 동료 배우 김새론을 추모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1월 개봉한 영화 ‘동네사람들’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김민체는 SNS를 통해 “영화 ‘동네사람들’에서 딸로 만나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라며 “그곳에서 편히 쉬기를”이라고 적었다.
김새론의 전소속사인 골드메달리스트 측도 공식 입장을 통해 "김새론 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깊은 애도를 표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걸그룹 피에스타 출신 옐도 SNS에 민들레 홀씨 이미지를 올린 후 "너무 슬퍼요. 몇 번 봤던 모습이 의리 있고 착한 친구로 남아있는데"라며 "오늘은 긴 밤이 될 것 같아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룹 헬로비너스 출신 배우 유아라는 SNS에 김새론의 사진을 올리며 "언니가 따뜻한 말은 못 해주고 잔소리만 해서 미안하다"며 "미안하고 고맙고 반짝반짝 빛나던 널 기억하고 기도할게"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배우 서예지, 서하준, 고원희, 가수 전효성도 SNS에 국화꽃 사진을 남기며 애도했고, 배우 김수겸은 생전에 고인과 함께 찍은 흑백사진을 공개하며 "늘 너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 할게. 행복해라 정말 늘 어디에 있든"이라고 추모했다.
김새론이 생전 과도한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고 지적하며 추모 메시지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은 이들도 있었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정신과 교수는 엑스(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김새론 배우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죽음이란 생각이 너무 강하게 든다"며 "온갖 악플에 시달리는 것을 봤던 기억이 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잘못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며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 게임' 같다"고 지적했다.

가수 미교는 SNS에 "사람이 죽어야 악플러들 손이 멈춘다"며 "악플러들은 본인이 악플을 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새론의 팬들도 추모 성명문을 발표해 이같은 지적을 했다. 디시인사이드 여자 연예인 갤러리는 성명문에서 "김새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상 뿐만 아니라 고인의 빈소를 찾는 동료 연예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배우 원빈의 소속사 이든나인에 따르면 원빈은 17일 점심께 조문했으며 자신과 아내 이나영의 이름으로 조화를 보냈다. 원빈은 2010년 영화 '아저씨'에서 고인과 함께 연기한 인연이 있다.
또, 평소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한소희, 한때 김새론과 같은 소속사로 고인과 함께 '절친'으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던 가수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이찬혁도 이날 빈소를 찾았다.
김새론의 빈소는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7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6시 20분이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17일 국가수사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김새론 사망 관련 수사 상황을 묻는 말에 "본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고 변사사건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서가) 발견된 것은 없다"며 "특별한 수사내용이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