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법원 경매 신청 급증, 심각한 경기 침체 해법은

역대급 경기 불황의 여파로 강원지역의 법원 경매 신청 물건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경매정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춘천지방법원과 산하 지원 4곳(강릉·원주·속초·영월)에 접수된 경매 신청 물건 수는 6,979건으로 1년 전(2023년 5,652건)보다 1,327건(24%) 늘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됐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0년(6,017건)보다도 많은 수치다. 고금리, 경기 부진에 탄핵 정국 등이 겹치면서 경매 물건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영끌족들도 큰 타격을 받으면서 도내 임의경매 개시 신청도 6,000건을 넘기며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현재 법원등기정보광장의 임의경매 개시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도내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6,667건으로 전년보다 1,122건(20.2%) 증가했다.

경매 신청 물건 수는 채권자들이 신규로 경매 신청을 한 물건의 수로 최근 경기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의 최근 1년간(2024년 2월~2025년 1월) 도내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1,136건으로 전년(478건) 대비 42% 치솟았다. 상가건물 경매 진행은 400건을 넘겼다. 하지만 매각 건수가 절반에 못 미치면서 매각률은 50%를 넘기지 못했다. 상가의 경우 경기 위축 여파로 공실률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도내 오피스 공실률은 26%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고, 집합상가 공실률은 신표본 집계를 시작한 2022년 이후 역대 가장 높은 17%였다. 그만큼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앞으로 경매 건수가 더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데 있다. 도내는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어 집을 싸게 팔아 금융 부담을 줄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하우스 푸어의 집들이 계속해서 경매로 나올 가능성이 많다. 경매 물건이 계속 불어나면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당장 경매 낙찰가가 일반 시장 거래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값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는 집주인과 건설사에게도 악영향을 미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경매 물건 폭증을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집주인의 부동산을 매각해 보증금을 되찾기 위해 신청하는 부동산 강제경매도 늘고 있다. 지역경제까지 흔들리지 않도록 서둘러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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