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유병욱의 정치칼럼]이재명의 ‘2심 재판’은 엄연한 현실이다

유시민 “이재명 사법리스크 거론은 윤석열의 불의를 정당화”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 중 이재명만큼 혹독한 시련없어
민주당, 그래서 2심 유죄나오더라도 무조건 대선 출마 주장
문제는 중도층…국민의힘 총공세에 지지율 크게 출렁일수도
무죄면 상관없지만 2심 유죄나올 경우 별도플랜B 필요없나

유병욱 서울본부장

진보 진영의 대표적 정치평론가인 유시민 작가는 얼마 전 MBC 토론방송에 출연, 이렇게 말했다. “…(중략) 좀 과격하게 표현하면, 조기 대선이 치러져서 민주당의 누군가가 대통령이 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했던 그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국민의힘 유력 정치인이나 대통령 후보로 나왔던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탈탈 털어서 기소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기소하고, 그 사람에게 일주일에 두세 번씩 법정에 출입하게 만든 다음, ‘저 봐, 저 사람은 사법리스크가 있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유 작가는 “지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사법리스크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을 동원해 정치적으로 이재명을 제거하려고 했던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정당화하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불관용의 상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유시민 작가

그날 방송을 보고 있던 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유 작가의 말에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언급이 100% 맞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재명 대표 재판의 상당 부분에 대해 윤석열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움직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는 국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역대 선거를 보더라도 대통령 자리를 놓고 겨뤘던 상대 후보를 이렇게 모질게 대한 것은 군사정권 때 말고는 기억나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을 상대했던 당시 김대중 후보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었고 전두환 정권 출범 이후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유력 야당 정치인이 박해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대선에서 낙선한 후보가 공권력으로 크게 곤욕을 치른 일은 없었다.

역대 대선에서 2위를 했던 김영삼(13대), 김대중(14대), 이회창(15·16대), 정동영(17대), 문재인(18대), 홍준표(19대) 후보가 그 후 대통령이 되거나(김영삼, 김대중, 문재인) 지금도 정치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정동영, 홍준표)도 그들에게 다른 족쇄는 없어서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서 민주당 다수는 지금의 이재명 대표와 관련한 각종 재판이 그를 제거하기 위한 그릇된 목적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어떤 시련이 있더라도 이 대표를 대통령에 앉혀야 한다고 똘똘 뭉쳐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가 3월 말 정도로 예상되는 2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한 재판을 예정대로 다음 주에 끝내고 윤 대통령을 2월 말~3월 초 파면할 경우, 대선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측에서는 이 대표의 2심이 3월 말에 나온다고 가정하더라도 대법원판결은 빨라야 5월 말 또는 6월 초에 진행되기 때문에 그의 대선 출마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물론 법적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냉혹한 현실에 있다.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의 움직임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은 ‘윤석열 탄핵 찬성’ 비율이 60~70%에 달하고 ‘차기 대선 집권 선호도’에서 60% 가까이 야당을 선택한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감으로 1위를 달리는 이재명의 지지율은 40% 안팎이다. 여기에 비호감도는 대선 후보 중 가장 높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3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큰 변수는 3월 말에 나올 선거법 2심 재판 결과다. 무죄가 나온다면야 만세를 부르고 아무 걱정없이 선거를 치르면 된다. 하지만 만에 하나, 1심과 비슷한 유죄가 나온다면 민주당은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도층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층에서는 모든 화력을 이재명 2심 결과에 쏟아부을 것이며 ‘범죄자 후보’ 프레임을 쏟아낼 것이다. 그 시점에서도 “윤석열이 이재명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낸 잘못된 재판 결과”이며 “아직 대법원 결과가 남았다”라는 주장은 이론상 맞다 하더라도 차기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대중의 마음을 얼마나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민주당이 ‘플랜B’를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재명 대표의 2심 재판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한다. 현실에서 엄연히 존재하는 ‘사법리스크’를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다.

민주당사 전경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