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저출산 위기, 지방분권으로 풀자

최문순 화천군수

저출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밝힌 2023년 대한민국 평균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1970년 출생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다만 전국 통계는 지방자치단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저마다 인구 구조도 다르고 지역 특색도 다양하며 사회경제적 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화천군의 합계 출산율은 2023년 1.27명으로 전국 최상위권이며, 모(母)의 평균 출산연령은 32.2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2만3,000여명 인구 중 6,380명으로 27%를 넘어섰다. 인구 대비 출산율이 높지만 동시에 초고령화 지역인 셈이다.

화천지역은 2022년 사내면에 주둔하던 27사단 해체 이후 인구가 크게 줄었다. 젊은 부사관과 장교들이 떠나가니 자연히 신생아도 줄었다. 반면 고령화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23년 화천지역 신생아는 136명인 것에 비해 사망자는 232명으로 훨씬 많았다. 이런 현상이 화천지역 인구 구조의 특성이며 인구 감소 위험 요인이다.

인구 감소는 신생아보다 고령의 사망자가 많을 경우 가속화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없다면 화천지역에 맞는 인구 감소 대응 처방은 신생아 출산 장려 정책이다.

우리 군은 27사단이 해체되던 바로 그해, 셋째아 이상 150만원이던 출산 장려금을 첫째아부터 300만원으로 크게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했다. 기존 2주간 공공산후조리원 무상 제공에 이어 출산 장려금 확대로 어떻게든 출산을 장려해 보겠다는 절박함이 정책에 녹아 있었다.

그러나 정부와의 사회보장제도 협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유는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유사한 수당이나 혜택과 중복된다는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라는 점도 지적됐다. 재협의까지 요청했으나 2년간의 협의는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까지 분류한 화천군에 적용된 잣대는 인구소멸 위험지역이 아닌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 적용된 것과 같았다. 과연 저출산보다 더 심각하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요인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천군의 출산 장려금 지급 무산은 결국 아직 갈 길이 먼 지방분권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책과 예산에 대한 분권이 이뤄져야 지자체가 형편에 맞는 최적의 인구정책 대안을 처방할 수 있다. 분권에 따른 책임은 자연히 지자체와 단체장에게 지워지며 평가는 선거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화천군은 전국에서도 아이 기르기 좋은 고장으로 손꼽히는 지자체다. 재정자립도 8.18%에도 불구하고 채무 제로의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고 있다. 공공산후조리원 무상 이용, 전국 최초 대학생 등록금과 거주공간 지원금 전액 지원, 전국 최초 지자체 주도 초등 온종일 돌봄시설 건립을 비롯한 130여개 교육 지원과 돌봄사업이 지역의 인구 구조, 특성에 맞춰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출산 장려금 지급은 어려워졌지만 우리 군은 올해부터 부부의 연을 맺는 가구에 150만원의 결혼 축하금 지원제도를 신설,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응원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적어도 저출산 대응 분야에서만큼은 위기를 마주한 지자체에 보다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하길 바란다. 명색이 정부가 지정한 ‘강원특별자치도’ 아닌가. 특별한 자치권을 보장해 주는 것이 지정 취지와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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