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도로 침하와 건물 기울어짐 현상 등이 나타났던 강릉의 주상복합 신축공사현장에서 또다시 도로 침하가 발생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1일 새벽 공사장 출입문 앞 도로가 가로 10, 세로 5, 깊이 최고 1m가량이 내려앉았다. 공사장 건너편 건물의 경계석은 무너져 내렸고, 도로와 건물 입구 사이에 80㎝ 높이의 간극이 생겼다. 해당 공사장에서 이미 여러 차례 도로 침하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강릉시는 도로 침하 발생 직후 해당 공사현장에 공사중지명령을 내렸으며 시공사 측에 토지 전문가를 현장에 투입해 원인 조사를 할 것을 요청했다.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면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반드시 짚어 봐야 할 것이다.
땅꺼짐 사고는 도내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강원지역에서는 총 65건의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하수관이나 상수관 파열이 건수로는 가장 많다. 하지만 굴착 공사로 인한 싱크홀의 평균 피해 면적 규모는 하수관 손상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수관이나 상수관은 지표면에 비교적 가까워 피해 범위가 한정적이고 복구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건물이나 구조물 신축을 위한 터파기 부실 결과는 단순히 구멍이 뚫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현장뿐만 아니라 주변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바다를 끼고 발달한 동해안에는 가뜩이나 연약지반이 많다. 따라서 다른 지역보다 시공이나 관리감독이 더욱 중요한데 이를 소홀히 한다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발밑 지뢰나 다름없는 땅꺼짐 사고는 대부분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갑자기 땅이 꺼진다면 어떤 대형 참사가 일어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인재인 만큼 예방이 불가능하지 않다. 원인이 되는 행위를 규제하고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면 된다. 우선 지반과 지하 물 흐름이 어떤지 등을 한눈에 알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각종 지하 공사가 인근 지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와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 상하수도관, 전력선, 통신선, 가스관 등을 무분별하게 매설했다면 지반구조가 망가지거나, 낡은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새고 토사가 유실되면서 지반 침하로 이어진다. 노후화가 심각한 상하수도관 교체도 우선 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은 사고가 날 때마다 미봉책에 그쳐 왔다. 이제 종합적인 예방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