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우울증 있는 사람이 학교에 나와서 가르친다는 게 말이 안 돼"…숨진 하늘이 아빠, 학교·교육 당국 비판

초등생 살해 교사 범행 기미 있어…나흘 전 학교서 난동
학부모들 "분노 치밀고 같은 부모 입장서 애통한 마음뿐"
국화꽃·인형·과자·편지까지 시민들 추모 발걸음 이어져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 시민들이 두고 간 편지와 꽃, 과자, 인형 등이 놓여있다. 2025.2.11 사진=연합뉴스

속보=10일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40대 여교사가 1학년 김하늘(8)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초교 앞은 11일 오전 추모 행렬과 교육 당국의 관리 소홀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같은 학교에 두 아들이 다닌다는 학부모 천성환(50)씨는 "기가 막히고 분노가 치밀고 같은 부모 입장에서 애통한 마음뿐"이라며 "아이 이름이 하늘이라고 들었는데, 하늘에서 편하게 쉬었으면 좋겠고 부모 마음이 어떨지 참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생인 아들과 남편과 함께 추모하러 온 임혜진(37)씨도 "아이가 자기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 무섭다고 한다"며 "남 일 같지 않은 마음,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에 아이를 추모하고 싶어서 나왔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학교 정문 울타리 밑에는 시민들이 챙겨온 국화꽃과 인형, 과자가 놓였고 꽃과 인형 사이에는 '아가, 아프지 말고 편히 눈 감으렴. 미안해'라고 적힌 쪽지도 눈에 띄었다.

인근 주민들은 주변을 오가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학교를 한참을 바라보곤 했다.

학교 바로 앞에 거주한다는 한모(67) 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고, 진짜 어쩜 이럴 수 있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손자가 초등학생 1학년이라는 한씨는 "마음이 심란해서 나와봤는데, 우리 딸이 무서워서 손주 학교도 못 보내겠다고 하더라"며 "선생님이 아무리 우울증이 있어도 어떻게 그 작은 아이를 살해할 생각을 할 수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11일 오전, 초등생 1학년 여아가 살해당한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한 아동이 국화꽃을 두고 추모하고 있다. 2025.2.11 사진=연합뉴스

학교 주변에는 어린 학생들도 오가며 초조한 표정으로 학교를 바라봤다.

이 학교 3학년생이라는 A(10)군은 "엄마한테 이야기 듣고 상황이 궁금해서 와봤다"며 "나보다 어린아이가 사망했다는 게 너무 속상했고 나도 뭔가 그렇게 될까 하는 마음에 무섭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 5학년생인 B(12)군도 "우리 학교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고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무서움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김 양과 이 학교 교사 C씨가 발견됐다.

김 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C교사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C교사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 경찰에 자신의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교사 신분인 C교사는 우울증 등의 문제로 휴직했다가 지난해 12월 복직했다. 복직 후 교과전담 교사를 맡은 C교사는 1학년생인 김 양과는 평소 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교사는 불과 범행 나흘 전에도 폭력적인 성향과 행동으로 동료 교사들과 몸싸움을 벌여 주변을 긴장시켰지만, 이와 관련한 조처 요구에도 대전시교육청이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교육 당국의 교원 관리가 소홀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1일 대전시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지난 6일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당시 웅크리고 앉아 있던 여교사는 자신에게 다가와 '무슨일이냐'고 묻는 한 동료 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동을 부렸다는 것이다.

주변 동료 교사들이 뜯어말려야 할 정도였지만, 경찰 신고로까지 이어지진 않았고 학교 측에선 해당 교사에게 휴직을 강하게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학교 측은 대전시교육청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 시 교육청은 2015년 9월부터 정신적·신체적 질환으로 교직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감 직권으로 휴·면직을 권고할 수 있는 질환교원심의위원회를 운영해왔으나, 2021년 이후론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 측은 "위원회를 개최할 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해왔다.

경찰 측은 "조사과정에서 관련 말들이 나왔지만, 정확한 것은 오늘 예정된 대전시교육청 브리핑 때 더 자세히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2층 시청각실에서 현장검증하고 있는 경찰. 2025.2.10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유족들은 아이를 지키지 못한 학교와 교육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양의 아버지는 "우울증 있는 사람이 다시 학교에 나와서 가르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자기 분에 못 이겨 애를 죽였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가 강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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