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설악권역 ‘응급의료 붕괴’, 보고만 있어야 하나

의료진 부족, 이달 13일간 응급실 운영 중단
정부 차원 재정 지원 더 이상 미뤄선 안 돼
원격 진료 및 협진 시스템 적극 도입돼야

속초의료원의 응급실 운영이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이달 중 13일간 중단된다는 소식은 설악권 주민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응급의료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 공공서비스임에도 불구, 의료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지역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지 못하는 현실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속초의료원은 국가에서 지정한 설악권역 응급의료센터로 속초뿐만 아니라 고성, 양양, 인제 등 주변 지역 응급환자까지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운영 중단 사태가 반복된다면 이 지역의 응급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응급실은 중증 응급환자가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그러나 속초의료원이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다는 것은 해당 기간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응급상황에서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하면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 사항이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문제다.

설악권역은 지리적으로 강원도 동해안 북부에 위치해 있어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형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겨울철 폭설, 여름철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해 교통이 마비될 경우 응급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내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지 않는다면 주민은 더욱 큰 의료 공백을 겪게 될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방 의료기관의 인력난은 개별 의료원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지원과 정책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 우선, 응급의료 인력을 위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지방 의료기관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충분한 급여 제공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그리고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미룰 수 없다. 응급실 운영 중단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공공의료기관의 의료 인력을 체계적으로 배치하고, 지역에서도 전문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필수 의료과목을 전공하는 의사들에게 지방 공공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때다. 여기에다 응급의료 체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원격 의료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지역에서 전문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공백을 원격 진료 및 협진 시스템을 통해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증 응급환자의 초기 진단 및 처치는 지역 응급실에서 이뤄지되, 수도권 대형 병원의 전문의와 실시간 협진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응급의료 전담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응급의료 전문의를 양성하고 지방 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장려책을 미뤄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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