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100세를 넘보는 지금의 고령화 사회는 지난 수백만 년의 역사에서는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다. 더욱이 의학의 발달로 수명뿐 아니라 지적인 능력도 꾸준히 유지가 된다. 예전에는 진즉에 은퇴했을 법한 백발의 전문가들이 녹슬지 않은 전문적인 지식에 연륜을 더해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것을 그리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23일부로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17년 고령자 비율이 14%인 고령사회가 된 뒤 세계에서 가장 빠른 7년 만에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국가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정부 예상보다 1년 이른 시점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2022년 17.4%였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24년 19.2%를 찍고 올해(20.3%)에 20%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집안에 어른이 없거든 빌려라.’ ‘세월은 지혜를 불러온다.’ 외국 속담이다. 경험을 통한 체득과 삶의 경륜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하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세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탈식민지, 민주화와 그리고 경제 발전을 이룩해 왔다. 그 소중한 역사를 담은 세대들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함께하며 그 경험을 공유하고 앞날을 모색해 나간다면 우리 사회의 축복이 아닐까. ▼올해로 105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에서 사람은 75세까지는 계속 성장하고 인생의 황금기는 60세부터 75세까지라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 대부분은 아직 그 나이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이제 그 황금기를 살고 있거나, 황금의 시대를 벗어났다 할지라도 그 빛의 여운 속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올 새해는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음에도 나이 때문에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허무함과 고독이라는 틀 안에 갇힌 노인들이 이 사회가 성장하는 일에 지혜의 바구니를 열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