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춘천의 한 농수산물도매시장. 설 대목을 맞았지만 도매시장의 분위기는 한산했다. 치솟은 물가와 경기침체로 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며 발걸음이 줄었기 때문이다.
20년째 과일 가게를 운영해온 배모(여·60)씨는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과일값이 많이 올랐다. 가끔씩 오는 손님들도 대부분 가격만 묻고 발걸음을 돌려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눈치가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폭우 등의 영향으로 농산물 물가는 10.4% 올랐다. 이는 2010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수치다. 특히 과일류는 16.9% 상승했는데, 배가 71.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사과는 30.2% 올랐다.
실제 본보 취재진이 도매시장 상인들에게 차례상 제수용품인 과일 가격을 확인한 결과, 배(10kg) 12만원, 사과(10kg) 8만원, 곶감(1kg) 3만5,000원에 달했다. 최상급 배는 10㎏에 18만원을 호가하는 곳도 있었다.
설을 앞두고 시장을 찾은 주부 이은정(여·55)씨는 “시장에 와보니 배 세 개가 3만원 수준”이라며 “이번 설 명절부터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만 가려한다”고 말했다.
오길학 춘천시 중앙청과주식회사 영업팀장은 “치솟은 농산품 가격에 소비자들도 극소량으로 구매하려는 구매 경향이 보인다”며 “택배 판매 역시 지난해 추석 명절 대비 4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오 팀장은 “흉년으로 과일값이 비싸졌지만, 도매시장은 시중 마트에 비해 20%가량 저렴하니 많은 방문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