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헌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기각…즉시 직무 복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탄핵 기각·인용 의견 각각 4인…파면 정족수 안 돼
위원 2인 체제서 이사 선임은 방통위법 위반 아냐
李 "2인 방통위로 직무 수행…현명한 결론에 감사"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에 출석해 있다. 2025.1.23 [공동취재=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방통위법 위반이라며 국회가 지난해 8월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데 대해 헌법재판소가 23일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이날 헌법재판관 8인 중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정확히 4대 4 동수로 의견이 엇갈렸지만, 헌재법에 따라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헌재의 공식 결정인 '법정 의견'은 탄핵소추 기각으로 결론 났다.

핵심 쟁점은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위원회 법정 인원인 5인 중 2인의 방통위원만 임명된 상황에서 KBS와 MBC 대주주 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방통위법 위반인지 여부였다.

법정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재적위원은 문제 되는 의결의 시점에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의미한다"며 "방통위의 재적 위원은 피청구인(이 위원장)과 김태규 2인뿐이었다"고 했다.

이에 "재적위원 전원의 출석 및 찬성으로 이뤄진 의결이 방통위법상의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법규범의 문리적 한계를 넘는 해석"이라며 "재적위원 2인에 의해 의결을 한 것이 방통위법 13조 2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방통위법은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는데, 이때 '재적 위원'이란 법으로 정해진 5명의 상임위원이 모두 임명된 것을 전제하므로 의결을 위해서는 5인의 과반수인 3인 이상 필요하다는 국회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들 재판관은 이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방문진 이사들의 기피 신청 의결에 참여해 각하한 것에 대해서도 "기피신청은 방통위에 심의·의결을 할 수 있는 위원으로 김태규 1인만 남게 해 그 자체로서 위원회의 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사건 선고기일 재판이 열리고 있다.재판관석에는 정계선(왼쪽부터), 김복형, 정정미, 이미선, 문형배, 김형두, 정형식, 조한창 헌재 재판관이 참석해 있다. 2025.1.23 [공동취재=연합뉴스]

이 위원장이 과거 MBC 재직 당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기자들을 징계하는 데 동참한 의혹이 있는데도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를 스스로 회피하지 않았다는 탄핵소추 사유는 "회피할 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를 부실하게 심사해 부적격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후보자 면접을 실시하지 않았다거나 회의에 소요된 시간이 1시간45분 정도였다는 것만으로는 추천·임명 과정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이 위원장을 파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2인의 위원만이 재적한 상태에서는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다"며 "피청구인으로서는 방통위 구성·운영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최소화하고 방통위를 온전하게 구성해 적법한 의결을 할 수 있도록, 우선 국회에 방통위 위원 추천을 촉구하는 등 '2인 체제' 해소를 위한 노력을 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피청구인의 법 위반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2025.1.23 [공동취재=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세 차례 변론에 직접 출석해 "자신은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며 "임기(종료)가 12일 앞으로 다가온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2인 체제가 불법이라면 민주당은 진작 그 불법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민주당 몫 방통위원을 추천해야 했다"며 "국민의힘은 진작 국회 몫의 한명을 추천했지만, 민주당이 추천을 거부하는 바람에 2인 체제가 계속 유지돼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가 기각되자 취재진에 "(상임위원) 2인으로 최소한 행정부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판단을 내려준 의미 있는 결과"라며 "헌법과 법리에 따라 현명하게 결론을 내려준 헌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오늘 기각 결정은 국민들이 내린 거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직무 복귀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린 국민들을 생각해 명심하고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권에서도 헌재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 결정으로 인해 다시는 국회 의무인 상임위원(추천)을 지연시키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재판관 4인은 2인 의결의 위법성을 지적했다는 말에는 "그것은 헌재가 답변할 문제"라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직무를 수행할지 말씀드리는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답했다.

이어 "방송사(지상파) 재허가와 거대 기업들(빅테크)에 대한 과징금 부과 이슈가 있다"며 "직무에 복귀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하게 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방통위원장 탄핵심판 청구 사건 선고를 마친 뒤 법원을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23 [공동취재=연합뉴스]

이날 선고는 작년부터 줄줄이 접수돼 헌재에 계류 중인 탄핵심판 중 처음으로 헌재가 결론을 내린 사건이다.

지난달 탄핵 심판에 넘겨진 윤석열 대통령 측은 이 위원장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야권의 연속적 탄핵소추가 '국가 기능 마비' 시도라며 계엄 선포의 명분 중 하나로 삼고 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