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0년 동안 소방청 화재발생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 중 무려 60%(1,900명)가 주거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만 보면 전체 283명 중 186명(65.7%)이 주거시설에서 화재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주거시설 중 단독 주택, 기타 주택은 화재 건수가 감소했으나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 주택 화재는 6.4% 증가했다. 지난해 공동 주택 화재 4,868건 중 아파트 화재가 2,993건(61.5%)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는 최근 5년 동안 통계 중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주거 환경이 열악했던 머지않은 과거 한겨울에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보이고 작은 난로와 온 가족의 체온으로 겨울을 버텨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가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53.1%)
현재 주거 여건은 개선됐으나 화재 안전 측면에서는 취약하다. 층수가 점점 높아지면서 피난이 어렵고 연기 확산으로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으며 밀집된 구조로 인해 재산 피해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 여기서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파트 베란다를 주목해 보자. 여기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대피 시설이 있다. 사실 정확한 표현은 베란다가 아니라 발코니가 맞는 표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992년 7월 이후 개정된 법령에 의하면 3층 이상인 아파트 발코니에는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가 반드시 설치되어 있다.
인접 세대로 대피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경량 칸막이,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는 대피 공간, 아래 세대로 대피 가능하도록 설치된 하향식 피난구이다.
먼저 경량 칸막이는 3층 이상인 층의 세대 간 경계벽을 석고보드로 만든 얇은 벽으로 설치해 충격을 주면 쉽게 파괴할 수 있어 출입문으로 대피하기 어려운 경우 옆 세대로 피난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피 공간은 4층 이상의 층에 설치하는 것으로 집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경우 대피 공간으로 대피 후 창문으로 구조 요청을 하거나 완강기(3~10층)를 이용해 피난할 수 있으며 휴대용비상조명등이 설치되어 있고 연기와 불꽃으로부터 60분 이상 사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화문이 설치된 구조이다.
마지막으로 하향식 피난구는 4층 이상의 층에 설치하며 발코니 바닥에 설치되어 덮개를 열고 접혀 있는 사다리를 펼쳐 아래 세대로 대피할 수 있는 피난 설비이다. 하향식 피난구의 경우 덮개를 열게 되면 해당 층과 아래층의 월패드를 통해 경보가 울리며 관리 사무소의 감시제어반에도 경보가 울리게 된다.
2016년 2월 부산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경량 칸막이 덕에 일가족 3명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화재가 빈번한 겨울이 깊어가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피난 시설은 무엇이 있는지 혹시 짐으로 가득 차 대피가 어려운 건 아닌지 꼭 살펴서 화마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가족을 반드시 지켜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