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들어 통치권자나 단체장의 지시에 따라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다가 형사 재판에 넘겨지는 사례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지방자치단체장과 관련된 사례에서 빈번히 발생하며 민선 단체장의 지시가 공익을 위한 ‘적극행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반면 문제가 생길 경우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공무원으로서 적극행정은 국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창의적이고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의미한다. 그러나 때로는 단체장의 지시가 법적 논란을 일으킬 경우 공무원은 이러한 지시에 따를지 말지를 두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다. 어느 지자체에서 시행된 대규모 도시 재생 사업은 초기에는 주민들의 지지를 얻었지만 해당 프로젝트가 환경영향평가를 소홀히 한 채 진행된 것이 드러나면서 단체장과 해당 공무원들이 형사재판에 회부됐다. 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공익보다는 법적 절차를 무시한 점을 문제 삼아 유죄 판결을 내렸다. ▼민선 단체장들의 권위적인 지시는 공무원들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체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인사 불이익 등 다양한 보복 조치가 우려돼 공무원들은 부당한 지시를 묵묵히 수행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미국은 공무원이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Whistleblower Protection Act’가 있다. 이 법은 공익을 위해 상급자의 지시에 반대하는 공무원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둔다. 독일에서는 공무원의 윤리적 판단과 법적 책임을 강조하는 행정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단체장의 지시에 대해 공무원이 독립적으로 법적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돼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때다.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공무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 반복되면 이는 결국 지역사회와 국민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