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치솟는 기름값,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서는 안 돼

강원지역 유가가 계속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강원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3일 기준 ℓ당 1,710.14원으로 전일 대비 2.87원 뛰었다. 지난 10일 ℓ당 1,702.75원을 찍었으며 5개월여 만에 1,700원대를 넘어섰다. 같은 날 도내 경유 판매가격은 전일 대비 5.04원 오른 ℓ당 1,563.01원으로 지난해 12월8일 1,500원대를 넘긴 뒤 연일 상승세다. 유가 급등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오른 데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탓이다. 향후 기름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미국 정부의 러시아 석유 제재가 발표된 이후 공급 감소 우려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미 정부가 10일 러시아 석유 회사 및 러시아산 석유를 수송하는 유조선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이후 13일 현재 2% 넘게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경제의 복병이라는 점이다. 물가와 금리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가계부채 관리와 내수 경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치밀한 관리 대책이 절실하다. 물가가 꿈틀대면 그렇지 않아도 움츠러든 내수는 더 경직될 수 있다. 무역수지 악화, 소비 둔화를 야기해 수출 호조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심화될 수 있다. 이 경우 가뜩이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경제도 휘청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12·3 불법 계엄과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2024년 12월 한국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이어 주요 30개국(G30) 중 두 번째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가치 하락은 곧바로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3개월 연속 상승률이 1%대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품을 중심으로 들썩이면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마요네즈를 비롯한 샐러드드레싱 가격은 평균 20% 이상 오를 예정이고, 제과업체들은 초콜릿 등 수입 원재료 원가 상승을 반영해 10% 가까이 값을 인상했다. 물가당국의 감시가 약해진 틈을 타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또한 석유류를 중심으로 물가를 끌어올려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소비자물가가 곧 다시 폭등할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물가안정대책에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8년 전 탄핵 정국 때처럼 넋 놓고 경제가 충격을 맞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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