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에 근무하면서 막국수집에 가면 갓김치가 나왔다. 토종갓김치라고 했다. 그런데 맛이 신기했다. 김치도 아닌 것이 나물도 아닌 것이 김치 같기도 나물 같기도 한데 막국수와 함께 먹으면 기가 막히게 맛이 어우러졌다. 막국수집에 갈 때마다 토종갓김치를 두세 그릇 추가해 먹다가 그것도 성에 안 차 이 김치를 어떻게 해 먹을 수 있는지 주인에게 물어봤다. ▼평창갓김치는 일종의 짠지다. 가을에 수확한 토종갓을 김장할 무렵 소금에 절인다. 소금에 절일 때 갓을 빨래하듯 바락바락 주물러야 한다. 그래야 먹을 때 갓이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그렇게 짠지로 담가 1년 내내 먹을 때마다 맑은물에 갓을 담가 짠기를 뺀 다음 파, 마늘, 고춧가루, 깨, 들기름을 둘러 나물 무치듯 내면 맛있는 갓김치가 완성된다. ▼원래 우리나라 갓김치는 이 토종갓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몽골, 중국 등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토종갓은 잎폭이 좁고 잎줄기는 가늘고 길며 앞뒷면에 잔가시가 많고 입과 줄기는 자색을 띠며 톡 쏘는 매운맛이 강하다. 그러나 품종이 퇴화되면서 이제는 이 갓을 기르는 곳이 많지 않아 사라져가고 있다. ▼사라져가는 토종갓이지만 평창에서는 흔하게 먹을 수 있다. 막국수집은 물론 음식점에서도 이 갓김치를 내놓는 곳이 많다. 진부시장에서는 시장상인들이 중심이 돼 오마이갓 시장을 만들어 갓김치를 선보이기도 한다. 평창고랭지김장축제 때도 입구에서 이 갓김치를 선보이는데 진부에서는 토종갓을 키우는 농가가 많아 평창고랭지김장축제 양념에 이 토종갓이 들어간다. 평창의 김치가 유독 맛있는 이유 중 하나가 고랭지 배추와 평창에서 키운 고추, 마늘, 대파, 쪽파의 힘도 있지만 이 토종갓도 한몫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사라져가는 토종갓을 이제부터는 평창갓이라고 명명하고 평창갓김치를 평창고랭지김장축제의 또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면 어떨까? 평창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 기가 막히게 맛있는 평창갓김치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