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생물이야기]“나비 날개에는 색소가 아닌 구조색이 있다”<1267>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옛날 사람들은 곱디고운 색과 무늬를 뽐내는 나비에서 물감을 뽑아보려고 무척 애를 썼는데 성공했을까?

자, 붉은 꽃잎을 따서 두 손가락으로 으깨보고, 또 노랑나비 날개를 문질러 보라. 꽃잎에서는 빨간 색소가 묻어난다. 그러나 나비 날개에서는 무색의 가루(비늘)만 남는다. 도대체 나비의 눈부신 색깔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붉은 꽃잎에는 빨간 색소가 있다지만 나비 날개에는 색소가 아닌 구조색(색소가 없이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내는 색)이 있는데 그 구조가 깨진 탓에 무색이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나비 날개는 나노구조다. 특수한 빛만 반사하고 다른 색은 흡수하는 기하학적 구조(광 구조)인데 그 구조가 바뀌면 다른 색이 난다. 나비 비늘의 나노구조가 가지가지 곱고 아름다운 요술을 부린다니 참으로 놀랍다. 나비날갯죽지 말고도 진주조개, 오팔, 공작 꼬리 깃털의 눈알 무늬, 딱정벌레들의 영롱한 색깔도 나노구조 때문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사소(보잘 것 없는)한 사건(뜻밖의 일) 하나가 나중에 엄청나게 큰 효과(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이것은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z)의 강연 제목 ‘브라질에서 펄럭인 나비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나비도 튼실한 유전인자를 가진 짝꿍을 고른다. 애호랑나비나 모시나비 무리는 수놈이 짝짓기하면서 암놈의 자궁에 정자와 영양덩어리를 집어넣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영양물 속에는 암놈 나비가 더는 짝짓기를 하고 싶지 않게 하는 물질이 들었단다. 그리고 그것은 희고 반투명하고 하루가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굳어져 자궁 입구를 틀어 막아버린다. 여자의 순결(이성과의 육체관계가 없음)을 지키기 위해 음부에 채우던, 쇠로 만든 띠(정조대)를 똑 닮았다 하겠다. 나비나 사람 할 것 없이 정자를 많이 퍼뜨리려는 욕심꾸러기 수컷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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