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새 학기를 맞아 전면 시행된다. 문제는 강원지역 소규모 학교들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192학점을 이수하며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는 제도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들이 처한 현실적 여건과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이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 도입에 앞서 학습공간 조성과 온라인 학습 환경을 구축하는 등의 준비를 마쳤다. 또한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다른 학교의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됐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가 실제로 고교학점제의 정상 운영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교사 부족 문제는 소규모 학교들의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도내 중등교사는 500명 이상 줄었다. 이로 인해 겸임교사들이 2개 이상의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겸임교사는 최대 5개 학교를 돌며 수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사 부족은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즉, 소규모 학교에서는 개설할 수 있는 선택 과목이 제한돼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과목을 수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고교학점제가 지향하는 학생 중심의 교육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선 교사 인력부터 대폭 확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규 교사 채용을 확대하고, 시간강사 활용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또한 졸업 요건이 강화되면서 모든 과목의 학업성취율을 일정 수준 이상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가능성도 크다.
학습공간과 온라인 학습 환경의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강원지역 소규모 학교들은 이미 학급 규모와 시설 면에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충분한 추가적인 학습 공간과 설비를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도교육청이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려 하고 있지만 지리적 여건과 이동 시간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서는 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 온라인 학습 시스템의 효과적인 운영이 사실상 어렵다. 이는 도시 지역 학생들과의 학습 환경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교학점제가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의 평등과 다양성을 실현하려면 이러한 인프라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소규모 학교에 학습 공간 확충을 위한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농어촌 지역의 인터넷 환경 개선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통해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줄이고 고교학점제가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