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골목 실험실 시즌2]스마트시티 200여개 사업에 수천명 참가 도시 혁신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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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은 일상 속 사회 실험인 ‘리빙랩(Living Lab)’을 선도하는 도시다. 누구나 실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오픈형 플랫폼 ‘스마트시티’를 통해 도심 곳곳에서 리빙랩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플랫폼의 주요 운영 주체는 기업, 학계, 정부 기관, 시민단체 등 다양한 파트너들로 구성된 암스테르담 경제위원회(Amsterdam Economic Board)가 맡았다. 경제위는 에너지, 모빌리티, 디지털시티 등 스마트시티에서 진행되는 분야별 리빙랩이 원활히 추진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RS’ 정보 보호·이동패턴 수집 개발
자율 운행 테스트용 코딩 작업 매진
연 4회 회의 예산분배 방안 등 논의
최대 6년 이상 장기간 걸쳐 추진

◇(왼쪽 사진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린느터레인(Marineterrein)’. 지난 21일 기자가 마린느터레인에 들어서자마자 “CCTV에 감지된 당신의 움직임이 도트(점) 형태로 표시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표지판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같은 날 찾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린느터레인 구역. 대학생들이 ‘로보트(Roboat)’ 문구가 적힌 배 위에서 자율 운행 테스트를 위한 프로그램 코딩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린느터레인(Marineterrein)’. 지난 21일 기자가 마린느터레인에 들어서자마자 “CCTV에 감지된 당신의 움직임이 도트(점) 형태로 표시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표지판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같은 날 찾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린느터레인 구역. 대학생들이 ‘로보트(Roboat)’ 문구가 적힌 배 위에서 자율 운행 테스트를 위한 프로그램 코딩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왼쪽 사진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린느터레인(Marineterrein)’. 지난 21일 기자가 마린느터레인에 들어서자마자 “CCTV에 감지된 당신의 움직임이 도트(점) 형태로 표시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표지판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같은 날 찾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린느터레인 구역. 대학생들이 ‘로보트(Roboat)’ 문구가 적힌 배 위에서 자율 운행 테스트를 위한 프로그램 코딩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김준겸기자

■발끝 닿는 곳마다 실험이 펼쳐지는 ‘마린느터레인(Marineterrein)’=암스테르담이 리빙랩을 선도하는 도시로 평가받는 이유로 마린느터레인 구역을 꼽을 수 있다. 암스테르담 중심부에 위치, 암스텔강에 둘러싸인 약 2㎞의 마린느터레인 거리 곳곳에서 리빙랩이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21일 기자가 마린느터레인에 들어서자마자 “CCTV에 감지된 당신의 움직임이 도트(점) 형태로 실시간 표시되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안내 표지판을 만나볼 수 있었다. 2021년 론칭된 ‘Responsible Sensing(책임감 있는 감지·이하 RS)’ 리빙랩 참가자들이 설치한 표지판이었다.

‘RS’ 리빙랩은 암스테르담 시민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초상권과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이동 패턴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자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CCTV에 포착된 시민들의 움직임을 실제 모습이 아닌 도트 형태로 기록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표지판으로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암스텔강 위에는 ‘로보트(Roboat)’ 문구가 적힌 배 위에 공대생 6명이 올라타 있었다. 이들은 우박이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율 운행 테스트를 위한 프로그램 코딩 작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로보트는 ‘로봇(Robot)’과 ‘보트(Boat)’를 붙여 만든 합성어로 네덜란드 와게닝겐대와 델프트공대, 미국 MIT공대생들이 힘을 합쳐 진행하고 있는 무인 보트 제작 리빙랩이다. 2021년부터 시작된 이들의 로보트 리빙랩은 지난해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했다. 해상 무역과 수송, 관광이 활성화되어 있는 네덜란드의 미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수평적 소통으로 구축된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마린느터레인에서 마주한 리빙랩 참가자들이 실험 공간과 예산을 넉넉히 지원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암스테르담 경제위의 Cornelia Dinca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암스테르담 경제위에 소속된 관계자들이 평등한 위치에서 리빙랩에 관한 숙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위는 20~25인의 정부, 기업, 학계, 시민단체 대표와 관계자로 구성된다. 위원들은 1년에 4번 전략회의를 개최해 리빙랩별 추진 여부, 방향성과 스마트시티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안 등을 면밀히 논의한다.

Cornelia Dinca씨는 “초창기에는 정부 고위 관계자나 기업 대표와 같이 기득권층 위주로 구성됐으나 최근에는 여성과 청년, 시민단체 소속 위원도 위촉해 리빙랩에 관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각계각층에서 모인 위원들은 회의 개최뿐만 아니라 리빙랩 추진을 위해 관계기관의 협조와 예산 지원을 따내 오는 등 살림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가 이뤄낸 성과=지난해 본보와 춘천사회혁신센터가 진행한 리빙랩 ‘리어카 프로젝트’는 기자들이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과 동행하며 리어카의 여러 문제점을 체감하고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리어카를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실험의 난도가 낮아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을 돕고자 하는 시민 누구나 쉽게 참가할 수 있었다.

스마트시티 플랫폼은 리어카 프로젝트와 맥락을 같이한다. 암스테르담 시민들에게 ‘누구나 리빙랩을 구상하고 직접 참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 준 것이다. 실제 올해 기준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통해 200여개의 리빙랩이 진행되고 있으며, 수천명의 시민과 민간기업 관계자를 참가자로 끌어모았다. 이들은 각자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바탕으로 암스테르담 곳곳에서 리빙랩을 진행해 새로운 도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스마트시티가 직면한 과제=스마트시티 플랫폼에 사용되는 연간 비용의 70%는 지자체 예산에서 끌어온다. 나머지 30%는 기업의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Cornelia Dinca씨는 “스마트시티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은 4년 주기로 이뤄진다”며 “여당이나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스마트시티 플랫폼 예산이 크게 삭감될 수 있다. 2025년 상반기에 재정 지원 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어 내부 직원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스마트시티 플랫폼의 지속 가능 여부는 예산 집행권을 손에 쥔 네덜란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결심에 달려 있는 것이다.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는 리빙랩은 짧게는 1년부터 길게는 6년 이상까지 장기간 추진된다. 만약 예산 지원이 철회되거나 금액이 삭감된다면 새로운 리빙랩을 추진할 수 없을 뿐더러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돼 장기간 추진돼 온 리빙랩들 또한 끝맺음을 내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 있다.

Cornelia Dinca씨는 이어 “암스테르담 경제위와 리빙랩 참가자들이 존속 여부에 대한 고민 없이 실험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예산과 인프라 지원을 위한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김준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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