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인간 존재의 깊은 내면을 탐구하는 시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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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 신작 시집, ‘참회록을 쓰고 싶은 날’

◇시집 ‘참회록을 쓰고 싶은 날’

이영춘 시인이 신작 시집 ‘참회록을 쓰고 싶은 날’을 상재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이 시집은 회고와 고백, 그리고 인간의 본질을 묻는 시적 여정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시인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지나칠 수 없는 일상의 단면들을 붙잡아, 거기서 새로운 시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시집 속에서 시인은 강렬한 상징을 통해 인간 존재의 외로움과 회한을 형상화한다.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스스로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 안에 숨겨진 상처와 고백을 시로 응축한다. 특히 ‘나는 죄인’과 같은 작품에서는 가정과 가족에 대한 기억이 부서진 세월의 잔영처럼 드리워져 있다. 할머니와의 추억, 어머니의 기도, 아버지의 상실은 개인적 고백에서 시작해 보편적 공감으로 확장된다.

이 시집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윤동주의 ‘참회록’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다. 특히, ‘참회록을 쓰고 싶은 날1’에서는 윤동주가 구리거울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았듯, 시인은 청동거울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한다. ‘숨’에서 인간의 생명과 죽음을 성찰하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죄책감과 무력함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방식도 윤동주의 참회록 속 고백적 어조와 닮아있다.

◇이영춘 시인

하지만 시인의 시는 개인의 고백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 놓쳐버린 순간들을 통해 현재의 자리를 묻는다. ‘안개톱’에서는 안개처럼 흐릿한 삶의 방향성을 묻고, ‘강, 그림자’에서는 강물 위로 떠도는 그림자를 따라 삶과 죽음의 의미를 탐구한다. 시인의 언어는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독자를 압도하는 힘을 갖는다.

삶의 무게를 그리는 시에서 시인은 흔히 볼 수 없는 독창적인 감각을 드러낸다. ‘대못이 된 말’에서는 아버지와의 대화 속에서 생긴 죄책감을, ‘생은 무거워’에서는 무덤 앞에서 느끼는 삶의 무거움을 생생히 그려낸다. 특히, 그의 시는 단순히 어둡거나 비관적이지 않다. 절망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끝에서 발견되는 희망의 흔적을 놓지 않는다.

이 시집을 해설한 유성호 평론가는 이영춘의 시를 ‘존재의 심층을 탐구하는 여행’으로 표현한다. 그는 시인의 시가 단순히 고통을 담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고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원형을 복원하려는 시적 노력이라 평한다. 이는 시인의 정직한 언어와 진솔한 자기 고백의 지점에 다달아 더욱 선명해진다. 이는 독자들에게는 단순히 시를 읽는 행위를 넘어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치유와 성찰을 경험하게 한다. 일독을 권한다. 서정시학 刊. 124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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