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3보]日총선 자민·공명 여당, 15년만에 과반 실패…정계 격변의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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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 4연속 단독 과반 마침표…제1야당, 21년 만에 의석수 30% 이상 '약진'
연정 확대·정계 재편·'조기총선 실패' 이시바 퇴임 압박 강화 등 전망 분분
이시바 "정책 실현 위해 노력" 퇴진 거부…제1야당 "다른 당과 협력 대화"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7일 당 본부에서 발언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도쿄 교도·AP=연합뉴스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의 과반 의석(233석 이상) 확보가 실패하며 정계가 일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됐다.

28일 교도통신과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91석을 차지했다. 공명당 의석수는 24석이다.

자민당과 공명당 의석수 합계는 215석으로 중의원 465석 과반인 233석에 미치지 못했다. 두 정당은 선거 시작 전 의석수가 각각 247석, 32석 등 총 279석이었다.

지난해 연말 불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파문,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등으로 민심이 여당에 등을 돌린 결과로 분석된다.

자민당·공명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놓친 것은 옛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자민당은 2012년 옛 민주당 내각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2021년 등 4차례 총선에서 매번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해 '일강다약'(一强多弱) 구도를 연출하며 공명당과 함께 안정적 정치 기반을 구축해 왔다.

반면 선거전에서 '정치 개혁'을 외치며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48석으로 크게 약진했다.

우익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세력이 감소했고, 국민민주당은 7석에서 28석으로 의석수가 크게 늘었다.

제1야당이 전체 의석수의 30%에 해당하는 140석 이상을 확보한 것은 2003년 민주당이 177석을 얻은 이후 21년 만에 최초라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자민당·공명당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이른바 '헌법 개정 세력' 전체 의석수는 개헌안 발의 가능 의석인 310석(전체 3분의 2)에 모자라는 297석이어서 향후 자민당이 추진하는 개헌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과반을 놓치면서 일본 정계는 연정 확대, 정권 교체, 이시바 총리 퇴임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둘러싸고 권력 투쟁과 세력 결집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요미우리는 "정권 구성을 위한 여·야당 공방이 시작돼 정국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가 27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 EPA=연합뉴스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이후 최단기간에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선거 패배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등 독자 정책 추진 동력도 얻기 힘들어졌고, 당내에서는 반대파를 중심으로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은 일본유신회나 국민민주당 등 다른 정당을 포섭해 의석수 과반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들 정당은 선거 전 연정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개표 중 방송 인터뷰에서 "연립(연정 확대) 등 여러 방법이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앞으로 우리가 내건 정책 실현을 위한 노력을 최대한으로 해야 한다"며 사임에 사실상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야당은 산술적으로는 결집을 통해 정권 교체를 할 수 있지만, 많은 지역구에서 후보 단일화에도 실패한 터라 단일 총리 후보를 추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다른 당과 협력과 관련해 "성의 있는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며 "특별국회에 어떻게 임할지부터 논의를 시작해 그 뒤에는 당연히 내년 여름 참의원(상원) 선거전도 전망하면서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국회는 중의원 해산에 의한 총선 후 1개월 이내에 소집되는 국회로, 총리 지명과 상임위원회 구성 등을 새로 하게 된다.

입헌민주당은 내년 참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다른 정당과 연대를 모색하며 정권 탈환 전략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언론은 자민당이 일단 제1당 지위는 유지한 만큼 무소속 의원 영입, 일부 야당과 연계를 통해 연립 정부를 확대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 투표일인 27일 도쿄에서 투표하는 시민들. 2024.10.27 교도=연합뉴스

한편, 일본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들이 대거 낙선, 이번 총선이 '심판 선거'였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28일 1시 56분 현재 NHK가 출구 조사와 개표 상황 등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중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 출마한 스캔들 연루 의원 46명 중 62%인 28명이 낙선자(낙선 확실 포함)로 분류됐다.

46명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여론이 심상치 않자 공천을 주지 않아 무소속으로 출마한 10명과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지 않은 34명, 비자금 스캔들 때문에 훨씬 전에 탈당한 2명이며 대부분은 옛 아베파다.

낙선자에는 다카기 쓰요시 전 국회대책위원장,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다케다 료타 전 총무상 등 유력 정치인들도 포함됐다.

그러나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 등 17명은 당선자(당선 확실 포함)로 분류됐다.

1명은 당락이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연루 의원 중 당선자 비율은 37% 수준으로, 전체 자민당 입후보자(342명)의 경우 60% 이상이 당선된 데 비해 훨씬 낮다.

결국 자민당이 15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데에는 '비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여론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스캔들은 자민당의 주요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자민당은 지난 4월 대부분이 옛 아베파인 연루 의원 39명을 자체 징계했다.

그러나 과거 록히드 사건, 리크루트 사건 등 대형 부패 사건으로 파벌과 금권 정치 이미지가 강한 자민당에서 터진 이번 스캔들은 유권자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연루 의원들의 당락은 대부분이 옛 아베파라는 점에서 당내 역학 관계에도 향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옛 아베파가 많이 줄어들면 앞으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상대로 압박을 가하며 후임자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당당상에게는 세 확보에 불리한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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