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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멸 위기…어떻게 극복하나]대중교통 활용 도심 인구집중도 높여…콤팩트 시티, 소멸강원 대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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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 도심과 외곽을 동분서주하는 트램. 포트램과 센트램으로 불리는 노면 전차는 자동차에 의존하던 시민들의 생활을 변화시켰다.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트램 내부의 모습.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도야마시청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야마 도심과 다테야마.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일본 도야마현의 도야마시의 시내로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눈길을 빼앗은 것은 도로 위를 누비는 노면전차들이었다.

노면전차들은 도야마역을 중심으로 도심지를 순환하거나 길게 뻗어나가 남북으로 도시 외곽을 연결했다. 승용차와 나란히 도로를 달리던 노면전차 한 대가 마침 도야마역 정류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전차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은 익숙한 표정으로 순환전차, 버스, 공용자전거 등을 잡아 타고 각자의 행선지로 향했다.

신칸센이 달리는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해 만든 도야마역은 교통의 요지다. 역 윗층은 고속철도 플랫폼, 아랫층은 노면전차용 정류장으로 쓰이고, 바로 앞에는 U자 형태로 편의성을 극대화한 시내·고속버스 터미널이 위치한다. 시민들은 도야마역 기준 도보 5분 거리 내에서 모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도야마역을 비롯한 대형 상점가, 광장, 도서관, 미술관 등 주요 인프라는 순환전차가 다니는 길목에 포진해있다. 뛰어난 접근성 덕에 도야마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반대로 자가용 의존도는 낮아지며 도심지로 거주지를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심부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도시의 가치는 높아지고 쓰레기 수거나 제설 같은 관리비용은 낮아진다. 이것이 바로 도야마의 컴팩트 시티 전략이다. 도야마가 컴팩트 시티 프로젝트를 처음 구상한 것은 2002년. 20여년 만에 도야마는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서 전입자가 전출자를 초과한 성장지역으로 변화했다. 도야마 시청을 찾아 그 과정을 들어봤다.

◇신칸센이 달리는 고가도로 하부공간을 활용해 만든 도야마역. 역 윗층은 고속철도 플랫폼, 아랫층은 노면전차용 정류장으로 쓰이고 있다.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도야마 도심의 모습.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인구 감소 위기 분석=많은 일본 중소도시들이 그렇듯, 도야마는 인구감소와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던 지역이었다. 총인구는 201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 2045년에는 2010년보다 약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노령인구는 급격히 늘며 2035년에는 전체인구의 약 30%를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절망적인 수치에 위기감을 느낀 전문가, 공무원들이 모여 20인 규모 연구모임을 꾸렸다. 이들이 분석한 도야마시의 문제점은 평탄한 지형에 잘 정비된 도로로 인해 시민들의 자가용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었다. 자가용을 갖고 있다보니 도야마 지역 시민들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주택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컸다. 주택 선호 현상은 도시 외곽 지역을 확장시키며 전체적인 도시밀도를 낮추는 결과를 낳았고, 도야마시는 높은 도시관리 행정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고충을 안고 있었다. 시민들의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분산된 인구의 건강관리, 복지서비스와 관련한 고민도 깊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를 도시 중심부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아이디어는 구상안으로 정리돼 시장에게 전달됐고, 도야마시는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한다.

◇도야마 도심과 외곽을 동분서주하는 트램. 포트램과 센트램으로 불리는 노면 전차는 자동차에 의존하던 시민들의 생활을 바꿨다.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도야마시 외곽에 있는 이와세 마을에서 타는 트램.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콤팩트 시티 프로젝트=콤팩트 시티 전략의 핵심은 대중교통 활성화에 있었다. 이를 위해 도야마시는 첫 단계로 경전철 네트워크 형성에 나선다. 경전철 노선을 촘촘하게 구축해 시민들의 자동차 의존도를 낮춘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전철 노선을 새로 까는 것은 예산 부담이 컸다. 이때 등장한 대안이 이용자 감소세를 보이던 JR도야마항선(철도) 노선을 활용하자는 의견이었다. 도야마시는 해당 노선에 기차 대신 경전철을 도입했다. 신역사 설치, 운행 간격 개선, 저상차량 도입, IC카드 도입 등 운행 서비스 또한 향상 시켰다. 그 결과, 도야마 경전철 이용객 수는 과거 JR도야마항선 운영과 비교해 평일 2.1배, 휴일 3.3배로 대폭 늘어났다.

도야마시는 시내 전철을 일부 연장해 중심시가지를 순환하도록 하는 센트램 정비도 함께 추진한다. 여기에는 도심지 유동인구를 늘려 중심시가지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적이 깔려있었다. 남쪽 시내전철, 북쪽 도야마 경전철로 나뉘어져 불편했던 노면전차 시스템은 각각 전철의 종점 정류장을 도야마역 고가도로 아래로 동시 이동시킴으로써 해결한다. 150m에 달했던 두 정류장 간 간격은 38m로 좁혀져 1분 내 환승이 가능할 정도다. 이와 함께 도야마역 앞에는 버스 터미널을 배치해 대중교통 간 연결성을 강화한다. 교외 지역에는 주민단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마을버스를 시가 일부 지원하는 방식으로 최소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썼다.

◇도야마시청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야마 시.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도심 이주 비용 지원=대중교통 정비는 마쳤지만 도야마시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대중교통 편의성이 높아져도 높은 집값 등으로 도심지 이주를 꺼리는 시민들이 여전히 많았던 탓이다. 이에 시는 파격적인 보조금 사업을 추진한다. 도심지역에 양질의 주택과 택지를 공급하는 사업자와 주택을 신축, 구입 또는 임대해 이사하려는 시민들에게 보조금 지급을 약속한 것이다. 건설업자와 주택 구입자에겐 방 하나당 50만엔을, 주택을 임대한 시민에게는 3년에 한해 매달 1만엔씩 집세를 지원해 도심지 거주를 장려했다.

인프라 조성도 잊지 않았다. 중심부에는 다목적 광장 '그랜드 플라자'를 조성해 각종 시민행사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미술관과 시립도서관을 포함한 복합시설인 '도요마 키라리' 역시 시가지 정비 목적으로 2015년 8월 개관한 시설이다. '도요마 키라리'는 지난해 3월 기준 누적 관람객 539만명을 기록하는 등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도야마시는 아동수 감수에 따라 도심지역에 7개였던 초등학교를 2개로 줄이고, 의료시설, 온천시설, 판매시설 등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시 차원의 제도 또한 눈에 띈다. 도야마시는 교통사업자와 연계,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도심으로 외출할 때 대중교통 이용요금을 1회 100앤으로 할인해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고령자의 약 24%가 외출 정기권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외출 정기권을 통해 고령자의 외출 기회를 높여 건강을 개선시키는 한편 도심 활성화, 대중교통 유지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도야마시의 설명이다.

◇트램 내부의 모습.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도야마 도심과 외곽을 동분서주하는 트램. 포트램과 센트램으로 불리는 노면 전차는 자동차에 의존하던 시민들의 생활을 바꿨다. 일본 도야마=신세희기자

■중심지 집중 투자가 합리적=다만 이처럼 도시 정비, 인프라 조성, 거주 지원 등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도야마시 측은 장기적으로 볼 때 중심 시가지에 대한 집중 투자가 세금 환류 측면에서 합리적이고 효과적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시에 따르면 도야마시의 도시계획 고정 자산세 47.2% 중 22.8%가 도시 중심부에 거주하는 0.4%로부터 발생한다는 것이다. 중심부 투자는 민간 투자 유치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도야마현 전체 지가 평균은 1993년 이후 31년 연속 하락세를 보인 반면, 도야마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전용도 평균 기준지가 상승했다. 땅값이 오르며 힐튼 호텔이 들어서는 등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관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는 도시가 성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남기며 인구를 더욱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도야마시는 중심 시가지 기준 2008년부터, 대중교통 인근 주거촉진지구까지 포함하면 2012년부터 전입이 전출을 초과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사노 도야마시 도시계획과장은 “지속가능한 도시,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도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콤팩트 시티라는 답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도야마시는 도심지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외곽지역을 단순 쇠퇴하게 둘 수는 없다는 고민이 있다. 때문에 도야마시의 다음 스텝은 관광 등을 통해 외곽 지역의 매력을 살리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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