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미국 연준 ‘빅컷’단행, 한은도 금리 낮출 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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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0.5%포인트 내리고 연내 추가 인하 예고
다음 달 11일 한은 통화정책회의 부담 커져
가계부채 등 자극 않고 내수 살리는 게 중요

미국 연준이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대폭 인하)’을 단행하면서 2년여 동안 계속한 금융 긴축을 마감했다. 연내 추가 인하도 예고했다. 물가가 잡히면서 경기 부양에 나설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때 9.1%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월별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5%로 3년 반 만에 최저치로 내려가면서 안정되는 추세다. 코로나19 때 풀린 돈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 2022년 3월 이후 금리를 올려왔지만 물가가 안정되자 금리 인하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두 차례 금리를 내리고 영국·캐나다·스위스·스웨덴·뉴질랜드 등도 가세하는 등 주요국이 금리 인하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선제적 경기 부양에 나설 때라는 의미다.

국내 경제도 상황이 비슷하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로 둔화하면서 2년 가까이 괴롭혔던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 있다. 경기 진작을 위한 금융 완화에 나설 타이밍이다. 수출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고금리로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개월 연속 내수 위축을 경고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올 7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차선 바꿀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 달 11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한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커졌다. 문제는 집값과 가계대출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9조8,000억원이나 급증했다. 3년1개월 만의 최대 폭 증가였다. 섣불리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마냥 금리 인하를 늦추면 경제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고금리 여파로 가계 소비 여력 축소, 자영업 폐업 증가, 고용 감소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자영업 생태계가 최악의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인한 자금난 속 붕괴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표가 나왔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4명 중 3명꼴이 월 소득(종합소득세 신고기준)이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영업의 위기’가 내수 침체를 넘어 구조적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뜻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당면과제인 내수 회복을 위해선 우선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 인하가 이어져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물가가 잡히면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고, 금리 인하로 원리금부담이 줄어들면 소비 여력이 증대하는 ‘선순환’을 불러 어느 정도 내수 호전을 촉진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국내 경기를 타개해줄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무너지는 국내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경제 또한 걷잡을 수 없는 피폐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한은 모두 집값과 가계부채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내수 경기를 살려야 하는 공통의 숙제를 떠안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정부와 한은의 정책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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