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중략)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동요다. 언제 들어도 정겹고 편안함을 준다. 예나 지금이나 흥얼거리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고향은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고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아플 때, 지쳤을 때, 외로울 때 고향을 다녀오면 가볍고 편안해진다. 옛 친구와 옛 추억이 서린 곳이고 행복한 순간이 모여 있는 곳이다. 웃음과 눈물이 고여 있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든 고향이 사라져가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가 살던 고향은 23가구가 살던 깊은 산골이었다. 지금은 12가구가 살고 있지만 점점 더 줄어들 것 같아 안타깝다. 2024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보다 0.22%(11만 3,709명)가 줄었고 2020년 이후 4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올해 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출산율은 현재 0.72%로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소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존립에도 위협이 될 것이다.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든 지역이 늘면서 세수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고, 열악한 지방에 세수를 확보하고자 지난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해 오고 있다.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과 주민복리 증진,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 열기는 물론 모금액 규모 측면에서 도입 초기의 기세가 꺾인 상태다.
강원지역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액은 5월 말 기준 11억9,232만1,000원(8,83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4만4,292건의 기부가 이뤄졌고 모금액은 52억9,446만3,000원이었다. 시행 2년차인데 전년 동기 대비 기부액이 74% 감소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태동한 일본의 경우, 2008년 첫해 기부 총액은 727억원에 그쳤지만 제도가 도입되고 15년 뒤에는 123배 성장한 8조9,786억원을 넘어섰다. 참여자도 1,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활성화된 배경으로는 기부자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이 많다는 데 있다.
우리도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주최하는 모임 및 행사에서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분기 2회 이내 문자메시지 등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해 모금이 될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민간에서 운영하는 앱을 통해서도 고향사랑기부가 가능하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1인당 5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기부금 한도를 상향해 놓았다. 주춤했던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9월4일은 정든 고향을 생각하는 ‘고향사랑의 날’이다. 고향사랑기부금법에 따라 정부가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머지않아 추석명절이 다가온다. 아무리 멀어도 길이 막혀도 기쁨과 설렘을 안고 고향을 찾는다.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분명한 것은 고향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추석명절에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과 함께 고향사랑기부를 내 마음의 고향에 해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