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보건의료노조 파업 예고, 의료 공백 더 키워선 안 돼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 공백이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지역 5개 의료원을 포함, 6개 병원이 소속돼 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61개 병원 사업장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91%의 찬성으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강원지역 5개 의료원과 한림대춘천성심병원도 투표에 참여했다. 노사 간 조정이 실패하면 노조는 29일 오전 7시부터 동시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파업을 할 경우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유지 인력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당수의 조합원이 투쟁에 나서면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의료계의 혼란이 더 악화할 수 있어 우려된다. 특히 의료 현장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간호사·간호조무사·요양보호사 등까지 자리를 비우면 환자들을 누가 돌볼지 걱정이다.

노조는 불법 의료 근절, 업무 범위 명확화, 총액 대비 임금 6.4%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악의 의료 대란을 막으려면 병원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하고 의사들이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도 응급실 운영 지원,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 의료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특히 노조는 불법 의료 문제 해결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자 올 3월 보완 지침을 마련하고 진료지원(PA) 간호사에게 응급심폐소생, 약물 투입 등 일부 전공의 업무를 맡겼다. 하지만 법 규정이 없어 간호사들이 불법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희생해 온 간호사들을 더 이상 불법과 합법 경계에 방치해선 안 된다. 국회가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는 간호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병원마다 전공의 미복귀에 따른 전문의 이탈까지 늘고 있다. 피로가 누적된 데다 코로나19 재유행과 무더위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간호사 등 보건의료 근로자까지 파업에 나서면 환자와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들의 잇단 사망에 119 구급대원들이 지난 23일 규탄 기자회견을 열 정도다. 의료 공백이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파업을 하게 될 경우 환자와 국민의 불안과 고통이 커진다는 것을 생각해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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