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보=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 객실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경찰, 보건소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34분께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있는 9층짜리 호텔 810호에서 난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사망자 7명은 모두 내국인으로 20대 남성 1명, 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으로 확인됐다.
이 중 807호에 투숙한 남녀 2명은 오후 7시 55분께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가 호텔 내부를 뒤덮으며 상황이 급박해지자 투숙객 대피를 위해 소방대원들이 건물 밖에 설치해놓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졌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요구조자 남녀 2명 중 1명이 뛰어내렸을 때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이로 인해 뒤따라 뛰어내린 나머지 1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중상 3명을 포함해 부상자 12명은 119구급대에 의해 6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김인재 부천시 보건소장은 "일부 사망자는 호텔 건물 8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며 "사상자들은 현장에서 응급처치 후 인근 순천향대학교 부속 부천병원 등 6개 의료기관으로 분산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날 8층 객실에서 시작한 불이 호텔 전체로 번지진 않았지만, 건물 내부에 유독가스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날 사상자 대부분은 발화지점에서 가까운 호텔 8∼9층 객실 내부와 계단·복도 등지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장은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내부에 이미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창문으로 분출되고 있었다"며 "화점으로 추정되는 8층에서 연기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호텔 외관을 보면 오래된 건물로 보이는데 내장재·외장재와 가연물 등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다 보니 유독가스가 빨리 확산하면서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호텔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소방 관계자가 전했다. 호텔이 준공된 2003년 당시에는 스프링클러가 소방법·건축법 등 관련법상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 경보령을 발령하고 지휘차와 펌프차 등 차량 70여대와 소방관 등 160여명을 화재 현장에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여 밤 10시26분께 완진을 마쳤다.
대응 2단계는 인접한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불이 난 호텔 건물에는 모두 64개 객실이 있으며 화재 당시 23명이 투숙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은 호텔 측이 화재 직후 투숙객들에게 안내방송을 하거나 대피 유도를 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3일 오전 9시 15분께 19명의 사상자가 난 호텔 화재현장을 찾아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화재 사고 발생 및 수습 상황을 보고 받고, 현장을 살폈다.
그는 "이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그 밖에도 크고 작은 피해를 본 모든 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지자체와 협력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해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장관은 이날 화재 상황을 보고받던 중 조 본부장에게 "사망자 수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나왔다"며 "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사망자가 이렇게 많이 나왔느냐"고 질문했다. 또 "저도 동영상을 봤지만 에어매트가 뒤집히던데 설치 사항에 오류가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조 본부장은 에어매트와 관련해 정상 설치를 했으나 호텔에서 뛰어내린 투숙객이 모서리로 떨어지면서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떨어질 때 중앙 부분에 낙하해야 가장 안전하고 그렇게 하도록 매뉴얼이 돼 있는데 모서리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차장 입구 경사도가 있는 바닥에 (설치된 에어매트의) 모서리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 뒤집히는 현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전문가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이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묻자 조 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조 본부장은 화재 원인에 대해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다.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한 투숙객이 불이 나기 전 810호 객실에 들어갔다가 타는 냄새를 맡고는 호텔 측에 "객실을 바꿔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810호는 투숙객 없이 비어 있었다.
소방 당국은 "타는 냄새가 났다"는 이 진술을 토대로 빈 객실에서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조 본부장은 또 "최초 발화된 객실에 문을 열고 나와서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됐다"며 "모텔 특징상 복도가 좁고 열 축적이 많아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84명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하고 화재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수사본부는 부천원미경찰서 형사과를 중심으로 경기남부청 형사기동대, 강력계 등으로 꾸려졌다.
앞으로 화재 경위와 원인 파악 및 건물 관리 주체의 과실 여부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11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31명이 참여한 가운데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