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서핑성지 양양, 피서객 기피지역으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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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올해 103만명 급증 속
양양만 1년새 10% 가량 급감
클럽·주점·숙박시설 우후죽순
유흥·일탈 부정적 인식 커진 탓
서핑업체 불똥 매출 뚝…폐업도
주민, 소음·쓰레기 문제로 고통

◇늦은 밤 양리단길에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사진=강원일보 DB

올 여름 강원지역 동해안 6개 시·군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이 전년 대비 총 100만 명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서핑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던 양양지역을 찾은 피서객만 6개 지역 중 유일하게 감소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기사 5면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에 따르면 6월22일부터 지난 18일까지 동해안 6개 시·군 86개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총 750만6,00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만4,657명이 늘어났다. 시·군별로는 강릉 57만3,439명, 고성 34만4,082명, 삼척 7만9,723명, 동해 6만0,413명, 속초 5만3,400명이 각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양양군을 찾은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10% 감소한 69만1,16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새 7만6,400명이 급감했다.

양양지역 해변에 클럽, 주점, 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서핑보다 유흥을 즐기기 위한 젊은층들이 몰리며 휴가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진 것이 피서객 급감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무분별한 난개발로 각종 건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양양은 ‘서핑 명소’에서 ‘유흥과 일탈의 메카’로 이미지가 변질되면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방문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가족과 함께 양양군을 찾은 김모(56·서울)씨는 "어릴 적 양양 해변에서 놀던 때가 생각 나 모처럼 갔다 왔는데, 서울 한 복판 유흥가도 아니고 아이들과 함께 보기 민망할 정도여서 내년부터는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흥업소가 늘면서 서핑숍 상인들과 주민들은 울상이다. 서핑산업 관련 매출이 크게 줄고 야간 소음과 주차난, 쓰레기 방치 등 각종 부작용 때문이다.

2017년부터 인구해변에서 서핑숍을 운영 중인 김상욱(46)씨는 “지난해부터 양양이 이른바 ‘원나이트(하룻밤 일회성 만남)’의 성지로 알려지면서 밤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몰리고 반대로 서핑객은 떠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난해 대비 매출이 80% 정도 감소했고, 성수기인 8월이지만 폐업을 결정한 업주가 많다”고 했다.

지난해와 올해 낙산지구에만 13곳의 대형숙박시설이 건축허가를 받는 등 우후죽순 들어서는 숙박업체에서의 야간 운영도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현남면 두창시변리 주민 김동길(73)씨는 “외지 상인들이 높은 임대료와 투자금을 감당하기 위해 새벽까지 영업을 하다 보니 주민들은 밤새 소음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기업형 숙박업소 이용객들로 인한 주차난과 쓰레기 문제는 고스란히 마을 주민들이 떠안고 있는데 군에 민원도 제기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 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일부 업주들의 바가지 영업도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인구해변의 한 술집에서 파인애플 한 접시를 2만5,000원에 판매하는가 하면, 검지손가락 길이 정도의 옥수수 버터구이 4조각을 1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라 제보되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양양이 가지고 있었던 서핑 명소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실내 서핑이 가능한 해양레포트실내교육센터를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관광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 영업 행위에 대한 계도 또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준겸·김보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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