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대비가 쏟아지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더위가 찾아왔다. 잠깐이라도 집을 나서면 땀이 나는 것이, 올해 여름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 든다. 그래도 장마철의 습기가 사라지니 오히려 좋다며 “완전 럭키비키잖아!”를 외치는 긍정적인 직원들도 보인다.
경제상황도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싶지만, 사실 상황은 좋지 않다. 2/4분기 GDP는 민간소비가 받쳐주지 못하면서 전분기 대비 역성장을 했다.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은 강원에는 소비 위축의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더 우려되는 것은 소비가 부진한 와중에 소득 유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역에서 발생한 소득이 도내에 남지 않고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강원에서 소득 유출이 발생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총소득 통계가 공표되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순유출이 발생해 왔다. 그렇다면 왜 순유출이 발생하는 것일까? 근로·기업소득 순유출과 소비 순유출 두 가지 측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먼저 근로소득 순유출의 경우 고소득 통근인구 문제가 있다. 금융·보험업 및 제조업 등 고소득 직종 종사자들이 강원에서 거주하는 대신 외지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지역에서 타지역 취업자가 유입되면서 근로소득이 유출되는데, 강원도는 제조업 비중이 서울과 제주 다음으로 낮음에도 불구하고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한 가지 요인을 꼽아보자면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반면, 도내 교통·생활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기업소득 순유출은 주로 타지에 본사를 둔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면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측면이 있으며,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긍정적 영향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면 근로소득 유출의 경우 가계소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강원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더욱 클 가능성이 높다.
소비의 순유출은 어떨까? 강원의 경우 최근 소비 유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된 반면 유입은 주춤하면서 소비의 순유출이 빠르게 확대가 되고 있다.
사실 소비 유출은 강원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온라인 쇼핑 등 전자상거래가 발전하면서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긴 하다. 또한 지리적 인접성 등의 영향으로 서울 의료기관에 대한 소비지출이 매년 증가해 온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비 유입은 왜 부진한 걸까? 그동안 강원은 수려한 자연환경 등으로 숙박, 레저, 요식업 등 관광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유입되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방문객이 줄어들고, 골프장 이용 수요도 감소하면서 소비 유입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물론 소비의 순유출이 서울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손 쓸 방도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가 부진하면 생산도 위축되고, 이는 소득 감소로 이어져 다시 소비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강원경제의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소비의 순유출을 완화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소득과 소비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소득 측면에서는 정주여건을 개선하여 타지역 취업자들의 거주를 유도하고,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2차 기회발전특구 선정을 위해 힘써야 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관광상품 개발, 도내 의료여건 개선 등 다양한 소비유입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이 있다. 강원의 소득 유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소득·소비의 선순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때이지 않을까? 강원 내에서 소득과 소비의 선순환이 이루어져 “완전 럭키비키잖아!”를 외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