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모두 160건이다. 2018년 3건에서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매년 급증했다. 지난해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10건이나 된다. 도내에서도 2023년 7월 원주 아파트 지하에서 전기차가 불에 타 차량 1대가 전소되고 45대의 차량이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국내 전기차 충전소 위치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환경부가 제공하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8일 현재 도내에는 모두 1만2,891개 충전기가 운영 중이다. 문제는 상당수 충전기 운영 장소가 지하 또는 지상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행 친환경자동차법은 100세대 이상 아파트·공동주택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상과 지하 구분이 없지만 신축 아파트는 대부분 지상주차장을 최소화하는 추세여서 대부분 지하에 충전시설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하주차장 화재 이후 아파트 등의 지하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화재를 걱정하는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를 전부 지상으로 옮기자는 얘기도 나온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충전기를 늘리자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꺼리는 상황이다. 전기차 타기가 겁난다는 이들 역시 많아지고 있다. 전기차는 불이 나면 열폭주로 이어져 잘 꺼지지 않는다. 몇 초 만에 리튬이온 배터리 온도가 800~1,000도까지 치솟는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도 열폭주로 화재 발생 8시간이 넘어서야 완전 진화됐다. 지하주차장이라 소방차 진입이 제한돼 발화 지점까지 접근이 쉽지 않고 연기 배출도 원활하지 못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주력하던 정책에서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할 때다. 현재 전기차 보급 대수는 전국적으로 50만대를 넘어섰다. 그런데도 현행법에는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와 주차장 안전 기준에 관한 규정조차 없다. 전기차 보급에만 신경 쓰느라 안전은 미처 챙기지 못한 탓이다. 전기차 주차 및 충전구역 설치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전기차 충전시설과 주차장은 지상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부득이 지하에 충전시설이나 주차장을 둬야 한다면 격리 방화벽을 세우고 감지센서나 카메라로 24시간 모니터링하는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환기시설과 단열재 설치도 의무화가 필요하다. 전기차를 덮는 질식방화포나 금속화재 전용 소화기 개발과 보급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오늘(12일)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갖고 내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제대로 된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