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의료가 붕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율이 저조하자 정부가 공보의 파견을 연장 운영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문의가 부족한 권역·지역응급센터에는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공보의 이탈로 주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는 각 지역 보건소에 추가 인력 보강은 언감생심이다.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긴급한 구호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한다. 현실로 드러난 상대적으로 취약한 도내 의료 환경은 그 어느 현안보다 빠르게 개선·보완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도내 열악한 의료 환경과 서비스 수준에 관한 문제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주민이 당하고 있는 피해와 희생이 크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도내에는 공중보건의 수마저 줄면서 5개 읍·면 지역에 공보의를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순환진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인 학생과 전공의들을 어떻게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교육·의료 현장을 떠난 이유가 ‘의대 정원 증원’인 만큼 전문적 보건의료 정책을 수립,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상설 기구 설치가 시급해 보인다. 전공의와 학생의 수련·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익히 알려진 전공의의 긴 노동 시간을 고려해 정기적인 휴가와 별도의 연수를 위한 휴가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리가 있다. 정부는 모든 대안을 놓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절대다수의 국민은 현재 의사가 부족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은 넘쳐 나고 있지만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400명씩 10년간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들의 집단 반발로 물거품이 됐다.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시스템이 무너질 위험에 놓인 지 오래다. 2023년 3월 대구에서는 10대 청소년이 4층 건물에서 떨어진 후 2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아 전전하다가 구급차에서 숨졌다. 소아과의 잇단 폐업으로 대도시에도 어린이들을 치료할 병원이 모자라고, 지방 중소도시 공공의료원은 3억~4억원의 고연봉에도 의사를 못 구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를 대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정부도 의료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이들의 의견을 경청해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의료계와 정부는 서로 상대방의 입장이 돼 의료 분야 100년 대계를 수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