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월요칼럼]개싸움과 올림픽 스포츠

심재범 변호사

2024년 여름 채상병특검 입법청문회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자니 국민들은 더운 날씨만큼이나 짜증이 났다. 물론 정부와 여당, 야당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각각의 명분을 내세운다.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마치 고대 로마시대 원형경기장에서 싸우는 검투사들처럼 한쪽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처럼 싸워대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더해 군복을 차려 입고 어깨에 별을 달고 나온 인사들의 이해되지 않는 답변을 하는 모양새나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자가 일본군 위안부가 강제적이었는지, 자발적이었는지 묻는 질문에 논쟁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답변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빵 한 덩어리 값 결제한 내역들도 모두 업무용이었다고 우겨대는 모습은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밥맛을 떨어뜨렸을 것이다.

빨강, 파랑색 유니폼만 안 입었을 뿐 격렬하고 그 다툼의 경향이 정부, 정치권 할 것 없이 개싸움(국립어학원 표준국어대사전:옳지 못한 방법으로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추잡한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는 빨강, 파랑 색 등 다양한 색의 유니폼을 입고 상대편과 싸우고 있지만 연일 감동을 불러 오고 있다. 지난 7월 26일부터 2024 파리 올림픽이 한창이다. 전세계 206개국 1만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하여 4년 동안 흘린 땀의 결실을 맺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승부의 세계가 늘 그러하듯 토너먼트에서 패배한 선수의 아쉬워하는 모습이나 승리한 선수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지난 시간 선수들이 얼마나 인내하고 노력을 했을지 생각하면 측은한 마음이 들고 그 아쉬움과 기쁨이 마치 내 것 같이 느껴진다. 남자 유도 81㎏급 이준환 선수가 준결승전에서 패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후 매트 위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우는 모습이나 평소 밝은 웃음을 보여주던 신유빈 선수가 탁구 여자단식 8강전을 천신만고 끝에 승리로 이끈 후 쏟은 눈물에 보는 이도 함께 눈물이 났다. 얼마나 애가 탔을까.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자신의 종목에서 기량을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그리고 선수들은 매 시합에서 자신의 이름과 자랑스러운 나라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친다. 승패가 결정된 이후 승자와 패자 모두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악수와 포옹을 해 준 후 자신들을 지켜봐 준 관중과 시청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경기장에서 내려온다. 결과에 따라 기쁨과 아쉬움이 남더라도 이를 보는 관중이나 시청자들은 그 선수들의 다음 행보를 축원해 준다.

거기에 각국의 선수들이 하나 되는 모습을 통해 세계가, 남북이 하나되는 듯한 장면은 덤으로 주는 감동이다. 예전에는 올림픽 시상식에는 휴대전화 반입이 금지되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빅토리 셀피’라는 이름으로 시상대 셀카가 허용되었다. 탁구 혼합복식 시상대에서 우리 임종훈, 신유빈 선수가 북한, 중국 선수들과 환하게 웃고 자리를 바꿔가며 셀카를 찍는 모습은 순간이라도 도무지 싸울 일이 없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우리 정치권도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노력을 한 후 상대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모습, 상대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야 국민들도 성원을 해주지 않겠는가! 개싸움을 보면 너무 지친다. 특히 더운 이 여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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